브렉시트 발효로 유럽 배출권 가격 하락 예상...한국 현지 제조공장 혜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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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코마롬시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유럽 배출권 거래가격이 내년 1월 1일 발효되는 영국의 브렉시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현지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이 브렉시트로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EU-ETS)에서 이탈해 새로운 영국 독자 ETS 시장을 만들면 EU-ETS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EU-ETS 시장에서 전체 배출권 거래량의 8∼9%를 차지해 해당 시장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배출권 수요 국가이다. 내년 1월 1일에 11개월간의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되면서 영국은 더 이상 EU-ETS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영국은 내년 4월 30일까지 설정돼 있는 올해 분 ETS 마감 거래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 EU-ETS에 잔류하지 않고 자체적인 영국-ETS를 구축하고자 한다. 영국 기업들이 EU-ETS에서 보유한 배출권을 거래하지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영국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배출권을 내년 4월 30일까지 서둘러 판매하기 위해 보유 배출권 물량을 시장에 대거 쏟아낼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이 갖고 있는 배출권 8∼9%는 EU-ETS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이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그만큼 EU-ETS 배출권 거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EU-ETS 배출권 가격이 톤당 11유로 수준까지 하락하고 2028년은 되어야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일 기준으로 EU-ETS 배출권 가격은 톤당 24.91유로이다. 배출권 가격이 브렉시트로 절반 넘게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EU-ETS에 적용되는 산업 분야는 사실상 제조업 전반에 해당한다. 정유·제철·알루미늄·금속·시멘트·석회·유리·세라믹·펄프·종이·상업항공·화학 물질 등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가 나오는 에너지 사용 설비가 포함된다. 현재 EU-ETS 적용 대상 설비는 1만1000개 이상이며 이들 설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럽 전체 배출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 현지에 진출한 제조업 기반 한국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업 생산법인은 약 170여 개다. 주요 기업으로는 ▲기아자동차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LG화학 ▲GS칼텍스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효성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독일, 루마니아, 불가리아, 스페인,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연합 국가에 진출해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부터 EU-ETS를 해운 산업에도 확대하기로 했다. 해운 회사도 유럽행 물류사업을 하려면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해운기업의 시름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 어떤 기업이 딱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해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기업은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기업 진출 목록>

진출기업 국가 산업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자동차·자동차부품,
두산중공업 루마니아, 체코 기계장비
삼성전자 폴란드, 슬로바키아 전기·전자정밀기기부품
삼성물산 슬로바키아 금속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스페인 자동차·자동차부품, 석유정제
LG화학 폴란드 전기·전자정밀기기부품
GS칼텍스 체코 고무·플라스틱
포스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이탈리아 금속
현대자동차 체코 자동차·자동차부품
현대중공업 불가리아 기계장비
현대제철 체코 금속
효성 독일 전기·전자정밀기기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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