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 중립 선언'에 발전부문 배출량 98% 화력발전업계 대책 부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30 16:01

정부 탈석탄정책·계절관리제 도입 등으로 부담 늘어나는데



뾰족한 대안 없어 출구전략 못찾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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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으로 한국전력 산하 화력발전 5대 자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력소비 감소, 저유가 장기화에 따라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하는데 화력발전 대체제로 경쟁관계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쵀대 부담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으로 수익 창출 극대화와 정책과제 수행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한전 산하 발전 5개사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력 발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전 5대 발전사는 여기저기서 탈(脫)석탄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의 석탄발전 감축 계획에 따라 원전과 함께 기저발전원으로 분류되는 석탄 발전의 기존 설비마저도 가동을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발전부문 계절관리제를 시행, 올 겨울에도 석탄발전 9∼16기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석탄발전소는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과 미세먼지 대책으로 가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는 정부의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으로 급전의 기회를 보다 많이 얻고 있지만 전력구매가격 추락으로 발전기를 돌릴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 시기를 당초 2062년에서 2050년으로 무려 12년 앞당기면서 연차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줄줄이 상향조정되고 세부 로드맵도 잇따라 앞당겨지고 있다. 발전부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98%를 차지하는 한전 산하 5개 발전 자회사 등 화력발전업계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대부분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의 초안에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현재 60기에서 오는 2034년까지 그 절반인 30기로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이미 폐쇄한 4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포함해 임기 내 10기를 폐쇄하고, 장기적으로 2034년까지 20기를 추가로 폐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발전은 40.4%다. 현 정부는 이걸 2034년 28.6%까지 낮추기로 했다. 탄소중립은 대기 내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흡수량을 같도록 해서 실적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것으로, 유엔(UN)이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제시한 목표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현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30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2760만 톤으로 전년인 2017년 7억 970만 톤 대비 2.5%, 1790만 톤이 증가했다. 2019년은 소폭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이처럼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것은 LNG 발전이 같은 기간 24.6%나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에너지 업계는 1GW당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54만 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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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통계속보 제 497호(한국전력공사)

실제 탈원전·탈석탄 기조아래 LNG발전이 더욱 늘어났다. 지난 몇 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탈원전 과정에서 LNG 발전 가동률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LNG는 석탄의 50% 이상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온실가스의 80%가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도 석탄발전을 줄이는 것이 탄소 배출량 감소의 핵심이자 최우선 과제라는 데에는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에서 석탄발전 비중(41.8%)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두 배나 높은 상태다. 그만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비중을 대폭적으로 늘여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원전 가동 없이 당장 우리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려면 화석연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관계부처, 공기업 차원의 구체적 실행방안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신규 석탄 발전소도 7기나 새로 건설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탈석탄 선언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기존 투자를 어떻게 중단하고 회수할지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탄소중립은 선언했는데 산업부나 환경부로부터 구체적 실행방안이나 세부내용에 대해 전달된 게 전혀 없다"며 "당연히 발전사 차원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계획도 마련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립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2034년까지의 설비계획이라 이에 대한 목표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원자력 발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신재생에너지로도 석탄발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데 있다"며 "우리나라가 그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탄소중립 선언을 늦춰온 것은 ‘탈원전’, ‘탈석탄’을 동시에 외치면서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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