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정부 쌈짓돈?…"논란 정권 공약 이행에 쓰겠다는 것"

전지성 2021-01-13 17:02:19

-정부,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한전공대 지원 근거 마련
-기금, 전기요금 중 3.7% 떼 조성...국민 준조세
-정부, 탈원전, 신재생확대, 한전공대 등 정책 비용 충당

요금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조성에 쓰도록 돼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된 것으로 지적됐다.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에서 일부를 떼 조성하는 이 기금이 여야간 논란을 빚는 정권 공약 이행을 위해 국회의 제대로 된 보고 또는 심의도 없이 정부 편의적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법령 개정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한전 공대 건설 및 운영 예산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끌어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앞서 여권과 정부는 탈원전 비용 보전,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운영 지원을 위해 이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기금 사용 대상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핵심으로 야권 등에서 추진에 강력 반대하는 사항들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개편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부의 잇단 기금 활용 확대에 대해 "이러려고 전기요금 개편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 중 3.7%를 부담금으로 징수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조성한다. 전기사업법에 법적 근거를 둔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설치됐다. 2019년 말 기준 4조300억원 가량이 적립됐다. 국민에게 준조세 성격으로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기금인 만큼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취지에 맞지 않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전력기반기금 이용 논란 사례
1 한전공대 건설 비용 보전
2 탈원전 비용 보전
3 신재생에너지 보급, 운영 지원
정부는 지난 12일 전력기금 사용 범위를 명시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 제4호를 ‘전력산업 전문인력 양성’에서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로 개정하고 공포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한전공대 운영에 이 기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한전공대는 차기 대선(2022년 5월) 2개월 전인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설립 및 운영에는 1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 6곳 등 전 그룹사에 분담 출연시킬 계획이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도 매년 200억원씩 10년간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한전공대 논란 외에도 현 정부는 원전 폐쇄, 급전지시로 인한 손실을 전력기금으로 보전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전의 수익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의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을 전력기금을 활용해 보전해주기로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없다더니...한전에 덤터기?

이번 논란으로 지난해 김종갑 사장의 전기요금 인상도 정부가 한전의 자금을 사용하기 위한 배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없이 친환경·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실탄’ 격인 한전의 재무구조가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전까지는 수년동안 적자를 기록해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탈원전)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었다.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석탄의 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요금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결국 정부는 연료비연동제, 기후환경요금 부과를 통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는 과거에도 에너지 정책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면 대표 공기업인 한전에 이를 떠넘겼다. 이전 정부 때 민간 기업을 동원해 에너지 고효율 가전 할인 행사를 하면서 비용을 한전이 부담하도록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업들에 전력 사용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 급전지시(전기 사용량을 줄이라고 지시하는 것)를 내리면서 보상금을 한전이 충당하도록 했다. 2018년에는 한전이 일부 다세대·다가구주택 전기요금을 올렸다가 정부 지시로 한 달 만에 철회한 적도 있다. 일반 주택 전기요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는데 민원이 쏟아지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시행 유보’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가 한전 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사이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31조원까지 치솟았다. 한전 적자가 누적되자 결국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꺼냈다. 국민 부담으로 전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기업 부채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신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공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일반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미 무리한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인상까지 단행한 한전은 7000억의 설립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며 "필요성도 분명치 않은 대학에 엄청난 운영비용을, 그것도 국가 발전과 통일 준비에 필요한 전력 산업 개편에 써야 할 소중한 자산을 정부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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