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이런 움직임속에 2017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709백만 톤 중 약 16%를 담당하는 수송부문도 탄소중립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송부문은 크게 도로, 철도, 해운, 항공 및 교통수요 관리 등을 아우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로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핵심이며, 특히 도로부문의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전체 수송부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약 7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은 단순히 차량 수준에서의 차종 전환 수준을 넘어, 수송에너지 자체가 휘발유, 경유 등 탄화수소 계열에서 전기나 수소 등으로 전환되는 소위 ‘수송에너지 전환’이 암묵적으로 전제된 개념이다.
이 같은 수송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논의에서 최근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의욕이 앞선 환경부가 2050년 운행차 기준 100% 수소·전기차로의 전환, 즉 완전한 수송에너지 전환을 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연기관차를 넘어 하이브리드차까지 2040년 이전 판매금지 조치 등을 염두에 두고 대기환경보전법상의 저공해차에서 향후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자동차법상의 친환경차로 계속 유지·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번 해프닝이 환경부가 정부 내 부처 간 협의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설익은 내용을 조급히 발표한 것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이면서도 저공해자가 아닌 해괴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환경부를 주축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완전한 수송에너지 전환 주장과 관련하여, 우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부문에서의 에너지전환과는 시장 구조적 측면에서 상이함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탈석탄·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발전부분 에너지 전환은 비록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있지만, 민간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독점적 지위를 지닌 한국전력으로 대표되는 국가에 납품하는 독특한 시장구조가 전제되어 있다. 이로 인해 국가는 얼마든지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납품 받을 발전원별 비중을 결정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능이 있다.
반면 자동차 시장은 헌법 제119조에 따라 차량 및 차종의 수요·공급·가격의 결정권이 자유화된 시장참여자들에 보장된 시장으로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부 개입은 경제주체들의 헌법적 권한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 하며, 허용 범위 역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더욱이 주요 전망기관들이 2025년경부터는 내연기관차와 수소·전기차간에 가격 패러티(Price-parity) 도달을 예견함을 고려할 경우, 향후 ‘보급’이 아닌 말 그대로 시장에서 그냥 경쟁하는 일반상품으로 전환, 정부의 개입 여지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음도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조급함을 버리고 시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간접적 개입을 해야 하며, 이에 맞춘 수송에너지 진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현재 상정된 전기나 수소 이외에 제3의 방향으로 수송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음도 고려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합성연료, 즉 e-Fuel이 있다. 재생에너지에 의해 발전된 전기를 활용하여 물분해를 통해 추출한 수소를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합성·전환된 연료인 e-Fuel은 공기 중 또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실질적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달성하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e-Fuel은 일본이나 영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도 수송부문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주요 감축수단으로서 채택한 바 있다. 더욱이 e-Fuel 적극 도입 시 주유소 등을 포함한 기존 수송에너지 산업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추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다. 이에 e-Fuel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와 정책적 지원에 대한 고려도 병행되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무이며, 시대적 과업이다. 그러나 그 추진방향이 지나치게 편협하거나 부수적인 피해가 극대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