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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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
차별을 정당화하는 측에서는 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가사와 육아 때문에 업무진행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인재가 선택된다고 주장한다. 즉, 인위적인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논리에 의해 자연적으로 도태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이다. 과거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기업의 중요임무는 당연히 남성의 몫이므로 핵심 업무에 대한 경험이나 스킬이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서 더 많이 축적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전수 받는 것 역시 다른 남성들이었다. 여성이 무능해서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계속되다보니 제대로 업무를 배울 수 없거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서 무능하다고 취급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겨우 3.6%에 불과하고, ‘교육서비스업’,‘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 등에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건설업, ’운수·창고업‘, ’금융·보험업‘,’제조업‘ 등은 여성 임원 비중이 낮은데, 업종에 따른 남성중심주의의 강도가 유리천장의 두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가사와 육아에 따른 업무 활동의 제한 역시 이를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라고 보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일 뿐 여성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가사와 육아가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립된다면,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거나 혹은 반대로 가사·육아 때문에 경력단절남성이라는 단어가 생겨 날 것이다. 여성 근로자 수 자체가 적어서 승진하는 임원이 적다는 주장도 있으나 통계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상장기업의 여성 직원은 전체의 25.6% 정도로 남성에 비해 월등히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직원(41만3461명) 대비 여성 임원(1314명) 비율은 0.3%로, 남직원(119만8825명) 대비 남성 임원(2만7965명) 2.3%에 비해 매우 낮다. 단순히 근로자 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유리천장을 부수거나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의 인권을 고려한 것만은 아니다. 3·1운동은 33인의 남성 대표보다는 어린 나이에 일제의 모진 고문을 견디며 신념을 굽히지 않은 위대한 여성 유관순으로 인해 더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성차별 요소가 적은 기업은 수익 성장률도 높게 나타난다. 앞서본 IBM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성차별 요소가 적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회사들과 비교해 볼 때 약 61% 높은 평균 수익 성장률을 보인다. 재무적인 부분이외에도 기술·서비스 혁신, 고객과 직원 만족도 등 전반적인 기업 평가 요소에서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양성 평등을 위한 기업의 실천 노력에 의해서 소비자 만족도 상승, 수익 성장률 증가, 회사에 대한 직원 자부심 향상, 기업 혁신 성장과 같은 효과가 선순환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 인식변화를 통한 여성인재등용은 ‘노동력 감소’와 ‘출산율 저하’라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유리로 만든 천장이라도 단번에 깨어질 수는 없다. 정부, 기업 그리고 개개인들이 함께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면서 일관성 있게 두드리면 유리천장이 깨어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