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대선을 1년가량 남겨둔 채 1300만 유권자의 선택으로 치뤄진 이번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전날까지 3%p 내외 접전을 예상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30%가량 벌어진 격차에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내홍 조짐을 보였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부동산 이슈가 뒤덮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헌정사상 최다·최대 연패 기록 행진을 끝내고 역대급 격차 승리를 거머줬다.
오후 8시 15분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소감 발표가 시작될 즈음, 최고위원들과 상황실을 떠났다.
출구조사 발표가 시작된 지 10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개표 상황실에 남아있던 강선우 박영선 캠프 대변인은 울음을 터뜨렸다.
자택에 머무르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개표가 시작된 9시께 안국빌딩 캠프 사무실을 찾은 뒤 10시께 당사 개표상황실로 이동, 20여분간 김태년 직무대행 등 지도부를 만났다.
박 후보는 당사 1층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개표 관련 입장을 묻자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이후 김태년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은 자정까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들은 재보선 참패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총사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일부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벌써부터 제기되는 내홍 조짐에 전당대회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대선 경선 연기 등 수습 방안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 |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이 50%를 넘긴 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동시에 탈환해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이번 재보궐 선거 투표율은 공휴일이 아니었음에도 서울 58.2%, 부산 52.7%를 기록했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서초·강남·송파 ‘강남3구’의 투표율은 60%를 웃돌았다.
재보선이 치러진 나머지 19개 선거구에서도 야권이 압승했다.
개표가 완료된 울산 남구청장(서동욱), 경남 의령군수(오태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나머지 17개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다만 호남 4곳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경남 의령군의원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오세훈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산적한 과제를 능수능란하게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 고통 속에 계시는 많은 시민을 도우라는 지상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승리는 곧바로 ‘대선 모드’로 접어드는 정국에서 국민의힘에 원심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 후 1년 만에 기나긴 탄핵 여파에서 단숨에 벗어나 정권교체 기대감까지 높아지는 모습이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