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난처해진 日 오염수 방류 대응…美, 사실상 용인에 입지 좁아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19 16:36

-방한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 일본 오염수 대응 한국 요청 일축



-원자력 전문가들 "섣불리 국제문제화 하면 역풍, 오염수의 인체 영향 관련 과학적 분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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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1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미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결정을 사실상 용인하며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다. 국내 원자력전문가들도 "과학적 근거 없이 정부가 나서서 비난하고 국제재판소로 가져가는 건 국가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8일 방한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출국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능력을 신뢰한다"며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전날 케리 특사에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우려와 협조를 전달한 지 하루 만이다. 미국이 한국의 우려를 공유하느냐는 질문에 "관건은 분명히 (안전한 방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다"며 "미국은 일본 정부가 IAEA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IAEA가 매우 엄격한 절차를 수립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IAEA와 이 과정을 감시하면서 계속 조율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일본이 IAEA와 긴밀히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염수 방류 절차 및 실행에서 IAEA가 국제적 투명성을 감시·검증할 것이고 일본이 잘 협조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케리 특사는 향후 일본이 한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방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겠다"며 "미국이 이미 진행 중인 과정, 그것도 매우 명확한 규칙과 기대가 있는 곳에 뛰어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가 미국 내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모두 우려가 있지만, 그래서 IAEA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시행 과정에서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모든 국가처럼 지켜보고 관여할 것"이라면서도 "어떤 것도 공식적인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긴급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일본산 수산물을 포함한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단속을 강력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도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해양 방출을 규탄했다. 중국도 "해양 방출은 무책임한 행위이고, 심각하게 국제 공공의 건강과 안전, 주변국 국민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은 정화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방류를 지지했다.

◇원자력전문가들 "근거 없는 공포가 문제"

원자력 전문가들은 오염수가 일본이 공언한 대로 정화만 된다면 위험성이 없으며 일부는 심지어 정화되지 않고 방류된다고 하더라도 오염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희석해서 바다에 방류하는 건 일반적인 방식"이라며 "일본이 삼중수소 농도를 1/40로 낮추면 생선이 섭취하든 뭐가 섭취하든 문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이번에 방류한다는 오염수는 2011년 방류량보다 굉장히 적은 양"이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와 이후 10년간 우리나라 대기, 빗물, 바닷물에서 유의미할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방사성 물질은 사람들한테도 어느정도는 다 있다"며 "무조건 위험한 게 아니라 기준치보다 높으면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량이 3g 정도 되는 후쿠시마 삼중수소가 거대한 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된 후 일본 열도를 우회하는 조류를 타고 우리나라 연안에 올 때 과연 몇 개의 삼중수소 원자가 생선 한 마리에 포함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교실 교수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처리안된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갈때도 우리나라 해역과 수산물에는 영향이 없었다"며 "태평양 바다에 희석되면 지금 자연계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보다 극미량이라 축정도 안 돼 성인이나 어린아이 몸에 있는 삼중수소보다 만분의 일을 더할까 말까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방출하려는 폐기수 내 들어있는 삼중수소는 WHO 가 음용수로 정한 기준의 7분의 1 수준"이라며 "어차피 바다에 삼중수소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과학적 근거 없이 정부가 나서서 비난하고 국제재판소로 가져가는 건 국가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환경단체에 맡겨두고 정부는 냉정하게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 검증을 위해 전문가 공동조사 등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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