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기획] 기자재 97% 국산 사용 '우리 손' 일궈…주민참여형 모델 이정표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25 14:00

사업비 3500억 투입 지역민들과 함께 조성

일사량 많고 바람 잘 불어 '최적입지' 꼽혀

사설변전소 거쳐 한전변전소로 이동·저장

국내최대 ESS 설치 출력제한 걱정도 없어

16.6MW 별도 설비 갖춰 주민과 이익공유

영광태양광

▲전남 영광군 백수읍에 있는 ‘영광태양광 발전단지’. 오세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 입구 왼쪽에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사무실을 대신하는 컨테이너들이 줄 서 있다. 컨테이너 건물 끝단에 자리잡은 발전단지 표지석과 어린 소나무 뒤로 사무실을 짓기 위한 터가 마련돼 있다.

이 발전단지는 국내 최대 규모를 제외하고도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폐염전을 활용해 산림이나 살아있는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지어졌다는 점과 기자재 대부분 국산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발전단지 현장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조상우 현장소장은 "이 땅이 다 소금밭이었다. 사업을 끝낸 염전을 매입해 큰 태양광 발전단지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는 98만6804㎡ 규모의 폐염전 부지에 들어섰다. 태양광 발전과 염전 부지 조건은 똑같다. 일사량이 많고 그림자가 없으며 바람이 잘 부는 곳이 더할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이미 사업이 끝난 폐염전을 매입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염전 사업자들이 이 곳에 다시 소금밭을 일구기 위한 기대감과 바램이 있던 터라 부지를 단번에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소금 값이 하락하고 수입산이 늘어나는 등 염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우리나라 폐염전 부지가 태양광 발전단지로 탈바꿈하는 흐름이다. 지난 1년 사이 사라진 국내 염전은 60개. 축구장 336개와 맞먹는 규모에 달한다. 사라진 염전 자리 대부분은 태양광 발전단지가 들어서고 있거나 들어설 계획이다.

발전단지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직 살아있는 염전부지를 볼 수 있다. 잔잔하게 깔린 물 위로 염부들이 소금 농사를 짓느라 수레를 끌고 오간다.

영광태양광 발전단지는 국내 기자재와 지역 주민들이 합해 ‘우리 손’으로 일군 발전소다.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에 쓰인 기자재 가운데 모듈과 배터리, 구조물 등 97%는 국산품이고 인버터만 독일 태양광업체 SMA사의 제품이라고 한다. 인버터를 제외한 주요 기자재를 100% 국산으로 사용해 국내 신재생 산업 육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발전소 건설에는 영광군 지역 주민들의 힘이 컸다. 건설에 필요한 중장비와 전선 등 지역 업체 제품을 사용했고 인력도 지역 주민들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조상우 소장은 "지역 상생차원에서 98% 이상 영광지역 업체와 2만2000명의 인력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사설변전소

▲‘영광태양광 발전단지’ 내 마련된 사설 변전소. 오세영 기자


차 한대도 지나가기 어려운 정도로 좁은 길을 따라 나눠진 각 구역에는 발전소와 인버터, ESS가 함께 설치돼 있다. ESS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생산 전력을 담아두는 설비다. 태양광 발전기는 햇빛이 내리쬐는 낮에 발전하고 밤에는 발전할 수 없는 간헐적 특성을 지닌다. 전력을 낮에 생산해 밤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ESS 설치가 필수다.

발전단지 입구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사설 변전소가 나온다. 영광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이 이 사설 변전소를 거쳐 한국전력 영광변전소로 옮겨진다. 영광변전소는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13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땅 속에 전선로를 매설한 형태의 지중 선로를 이용해 발전단지 내에 위치한 사설 변전소부터 영광변전소까지 전력을 옮길 수 있다.

출력제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도 이 사설 변전소 덕분이다. 조상우 소장은 "일반적으로 출력제한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보다 허용 용량을 초과하는 물량을 전력계통에 연계할 경우 발생한다"며 "변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기 어려운 경우 출력제한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의 경우 사설변전소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총 사업비 3492억원로 지어진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는 총 40개 개별 사업장으로 구성돼 있다. 에코네트워크와 대한그린에너지가 지분 85%에 대해 공동 출자했으며 남은 15% 지분에 중부발전과 금융기관이 투자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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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영광태양광 발전단지’ 인근에는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오세영 기자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의 40개 사업장들은 최소 1MW부터 3MW까지 규모별로 사업주가 다르다. 규모별로 보면 △ 1MW 6곳 △ 2MW 8곳 △ 3MW 26곳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 사업주가 다수 단지를 가진 경우도 있다. 다만 이들 사업자는 모두 외부인이다.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 100MW 규모 안에 주민참여형이나 주민 투자로 진행되는 사업은 없지만 사무실 컨테이너 옆에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단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발전소 인근 주민과 영광군민, 전남도민을 위한 태양광 발전소로 총 16.6MW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 주민 태양광 발전단지 6.2MW △ 군민 태양광 발전단지 8.4MW △ 도민 태양광 발전단지 2MW이며 현재 상업운전을 진행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주민형 4.2MW와 도민형 2MW다.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기는 듀얼셀 모듈이 적용된다. 조상우 소장은 "일반 모듈은 한 쪽에만 그림자가 져도 발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듀얼셀은 절반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하단에 그림자가 지더라도 상판은 정상적으로 발전기를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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