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산업] 장기 공급 계약 못하면 못 버티는 구조…씨 말라가는 REC 현물시장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29 17:48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픽사베이

'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산업 글 싣는 순서

①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산업
②장마·태풍 올 때마다 불안
③한 탕 노린 사기·편법 기승
④中업체 배 불리는 수입 부품
⑤돌발 발전 정지 빈발 우려
⑥뾰족한 정책 대안 없는가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 시장에서 현물시장의 비중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REC 현물시장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정부가 계약 시장 물량을 늘리면서 생긴 결과로 분석된다. REC 거래 시장은 계약시장 중심으로 개편되는 중이다. REC 계약시장은 현물시장보다 높은 가격으로 장기간 계약을 맺는 시장이다.

REC 계약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현물시장에 남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큰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정부에서 현물시장보다 높은 가격에 20년 동안 계약을 맺어주는 장기고정가격계약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REC 시장에서 계약시장 비중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하지만 REC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은 결국 전기료의 기후환경비용에서 부담된다. REC 구매 비용이 늘수록 결국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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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REC 현물시장 대폭 축소에 계약시장으로 개편되는 REC 시장 

 


28일 전력거래소 REC 거래량 및 거래금액 월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5월까지 REC 현물시장 거래금액이 전체 REC 시장 총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 전체 REC 거래금액 중 REC 현물시장 거래금액이 50.3%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서 7분의 1 수준으로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5월까지의 REC 전체 거래금액의 92.5%는 계약시장 거래라는 의미다. 정부는 REC 시장을 제5차 신재생에너지기 기본계획에서 REC 시장을 경쟁입찰을 통한 장기계약시장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한 바 있다.

계약시장 개편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REC 현물시장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0.3% △2019년 37.7% △2020년 19.1% △2021(5월까지) 7.5%로 줄어들었다.

이는 REC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REC 현물시장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정부가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계약 시장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REC 현물시장 가격은 3년 사이 70% 가까이 하락했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계약시장 물량은 2018년 총 60만kW에서 지난해 261만kW로 4배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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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전력


 

 

REC 이행비용 증가는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REC 시장이 장기계약 시장 위주로 바뀌면 REC를 구매해야 하는 발전공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매주 2회 열리는 REC 현물시장은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는데 반면 장기계약 시장의 REC 가격은 현물시장보다 높게 나타나고 장기간 동안 변하지 않아서다.

특히 태양광 REC 장기계약은 20년 동안 고정가격예약을 맺어주는데 그 종류 중 하나인 소형태양광고정가격계약(FIT)은 전력판매가격이 1kWh당 161.9원으로 현물시장 전력판매 가격보다 두 배에 가깝다. 높은 전력판매가격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이 FIT로 몰리면서 정부는 탄소를 적게 배출해 생산했다는 탄소인증제 검증을 받은 태양광 모듈만 참여를 허용하는 등 FIT 규제를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REC 현물시장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FIT 전력판매가격은 지난해 태양광 RPS 고정가격계약시장 평균가격으로 1년 동안 유지돼 REC 현물시장 가격보다 높게 나온다"며 "FIT 가격을 반기마다 변경하면서 REC 가격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발전공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비율에 따라 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한다. 발전사는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REC를 구매해서 채워야 한다. 발전공기업이 REC를 조달하는 비용은 한국전력에서 보전받는데 이는 결국 기후환경요금으로 전기소비자에 부담하게 된다.

기후환경비용에는 RPS비용과 배출권거래제(ETS)비용, 석탄발전 감축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중 RPS 비용은 1kWh당 4.5원이다. 4인 가족 월평균 전력사용량 수준인 350kWh를 고려할 때 매달 1575원이 RPS 비용으로 부과된다.

한전에 따르면 만약 올해 예상 판매전력량 51만9294GWh를 적용하면 RPS 총 이행비용은 2조3282억으로 추산된다.


 

현물시장 붕괴 위기로 어려움 겪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현물시장이 급격히 붕괴하면서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큰 손해를 보기에 이르렀다. 특히 태양광 사업자들은 REC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 2018년대 중순부터 발전사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투자비용을 약 7년이면 원가회수를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재 REC 현물시장 가격으로는 원가회수 기간이 14년이 걸리게 됐다고 업계서는 보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약 20년 정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현물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자들은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고자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고정가격계약 물량이 많이 늘어났지만 올해 태양광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경쟁률은 2.49대 1로 고정가격계약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REC 현물시장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 기간에 진입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손해가 상당해 정부 규탄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며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물량이 많이 늘어나서 발전사업자들의 계약시장 참여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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