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국제망신'운전면허제도 언제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9.22 09:37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새사진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운전면허 발급 받을 자격을 제대로 규정하는 것은 교통안전을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아무리 교통안전시설이나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각종 첨단 안전장치가 자동차에 설치되어 있어도 확실하게 운전교육을 받은 사람이 운전을 해야 전체적인 안전이 보장되는 법이다. 선진 각국에서 운전면허제도를 까다롭게 규정하고, 확실한 안전교육을 거친후에야 거리로 차를 몰고 나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유다.

가장 까다롭게 제도를 운영하는 지역은 유럽이다. 특히 겨울이 길고 온도가 낮은 북유럽의 경우는 일반 도로 뿐아니라 빙판길에서의 조치방법이나 운전요령까지 점검할 정도다. 운전시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상조치 방법을 미리 익히고 사고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정식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기간도 매우 길다. 예비면허나 준면허 제도를 통하여 확실히 익히기까지 상당한 현장 경험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면허니 만큼 그만큼 신중하게 발급하려는 취지다.

정식면허 취득까지 호주는 약 2년, 독일은 최대 3년까지 소요된다. 우리 이웃국가인 일본과 중국도 60시간에 이를 정도인 운전면허 교육시간을 더 늘리려 하고 있다. 일본은 수주 간 학원에서 숙식할 정도로 면허를 취득하기가 어렵고, 중국도 수개월씩 소요되고 부담하는 비용 또한 적지 않다. 중국의 면허제도가 까다롭다 보니 단기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국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중국 관광객이 매년 5000명을 넘을 정도다.

우리는 어떠한가. 약 10년전 이명박 정부때 운전면허제도를 간소화한다는 대국민 대통령 담화 이래 50시간이 넘던 교육시간도 11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모든 교육이 생략되고 이론적으로 단 하루 반이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세계 최악의 면허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은행식 필기시험 문제를 700문제에서 1000문제로 늘리고 2시간을 늘려 전체 13시간으로 늘렸으나 아직도 선진국 수준의 운전면허제도와는 격이 다르다.

그런데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한후 중국 면허는 필기시험만 보고 취득하는 편법이 횡행하면서 말썽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항의성 공문이 국내 경찰청으로 발송되었으나 국내에서의 조치는 없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한국에서 단기 관광 비자로 취득한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초보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사망사고까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심지어 최근 급증한 야밤에 등화장치조차 켜지 않는 ‘스텔드 카‘의 경우도 상당수는 등화장치를 켜는 방법조차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많아 빚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후진이나 주차는 엄두도 못내는 운전자도 많다니 이만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각종 교통안전 표시도 이해하지 못하고, 더구나 차량 사고에 따른 비상조치나 2차 사고 예방조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 운전면허 제도 개선으로 우리의 운전면허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운전면허제도가 낙후되고 후진적인 상태에서 자격이 미달된 운전면허제도를 방치한채 국제적 위상 강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장 이웃 국가인 일본과 중국과의 비교에서 우리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4000여명에 달하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각종 법적 제도적 강화로 인하여 그동안 3000여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향후 실질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더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운전면허제도의 강화가 시급하다.

물론 느슨해진 운전면허제도에 익숙해진 면허취득 대기자들이 반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반발이 두려워 생명을 담보로 하는 운전면허를 날림으로 발급하는 행태를 방치해서는 결코 안된다.

경찰청은 각성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대폭 개선된 운전면허 제도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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