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SK 등 자체 육성 프로그램 만들어 체계적인 지원
매출 100억 기업 속속 등장, LG 지원 스타트업 총가치 2.5조원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재계의 스타트업 지원 및 육성 사업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이 사무공간 제공부터 사업비(PoC) 투입, 투자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창업 기업이 크게 늘고 고용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 SK 등 기업들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매출 100억원을 넘긴 곳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C랩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를 통해 사내벤처와 외부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C랩 인사이드는 사내 창의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팀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근무환경에서 아이디어 구현에 집중할 수 있다. 또 결과물이 삼성전자에서 활용될 경우에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뿐 아니라 사업성을 갖춘 우수 과제는 스타트업으로 창업할 수 있는 스핀오프(Spin off) 기회도 제공한다.
삼성은 C랩 아웃사이드 프로젝트를 지난 2018년부터 실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여기에 선정된 기업은 △최대 1억원의 PoC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내 전용 사무공간 △성장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판로 개척 1년간 지원 등 혜택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의 육성프로그램은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스타트업 202개를, C랩 인사이드를 통해 사내벤처 과제 136개를 지원하며 총 338개를 프로젝트가 혜택을 받았다. 특히 C랩 아웃사이드로 육성한 202개의 스타트업들은 총 2000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으며 이 중 10개사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7개사는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2018년부터 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 육성에 돌입했다. ‘드림프로젝트’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드림플레이’와 사내벤처를 육성하기 위한 ‘드림챌린지’로 구성돼 있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하는 ‘드림플레이’는 신사업 개척 및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디스플레이 관련 혁신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스플레이, 대체 디스플레이, 기타 다양한 협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한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상금 △사업개발비 지원 △LG디스플레이 사내 인프라 활용 △사업·연구개발 협력 △지분 투자 등 혜택을 지원한다.
드림프로젝트를 통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기준 18개의 스타트업과 4개의 사내벤처를 발굴 및 육성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SK텔레콤도 ‘트루이노베이션 액셀러레이터’ 공모전을 통해 ICT분야의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해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분야에서 협업할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공모전에서 선정된 △스타트업은 회사의 투자 검토 대상이 되며 △SK텔레콤과의 협업 기회와 △최소 6개월간 사무 공간을 제공받는다. 지난달 기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스타트업 수는 329개이며 이 업체들의 기업 가치는 현재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KT&G도 지난 2017년부터 ‘상상스타트업캠프’를 론칭하고 5개 기수를 교육 및 지원했으며 현재 6기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모집 분야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사회혁신 스타트업 창업 희망자다. ‘상상스타트업캠프’ 선발자에게 KT&G는 △업체 운영 비용을 지원한다. 또 △청년 창업 공간인 ‘KT&G 상상플래닛’ 입주와 △투자 유치 지원 등 스타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후속 지원을 제공한다.
KT&G 관계자는 "5개 기수를 운영해 창출한 고용효과는 총 745명에 달하며, 창업가들의 누적 매출액은 200억 원에 육박한다"며 "정부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37개 팀이 진입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주류업체 오비맥주도 ‘스타트업 밋업’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업 및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시작됐으며 올해도 3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은 △PoC를 지원받게 되며 △글로벌 진출 지원금 △사무공간 제공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비맥주의 스타트업 밋업을 통해 선발된 대표 업체로는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기업 ‘리하베스트’가 있다. 이 업체는 맥주 생산 중 발생하는 맥주박을 활용한 에너지바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리하베스트 외에도 그린바이오 벤처기업 ‘라피끄’에 대한 지원도 논의 중"이라며 "아직 파일럿 단계지만 내년이면 수익 창출과 분배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육성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긍정적 성과로 볼 수 있다"라며 "스타트업 육성에 정부와 기업간의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기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올해부터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을 본격 운용하고 있으며 팁스 프로그램 등 민간주도 창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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