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시설 입지난부터 풀어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05 09:15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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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부 에너지정책의 방향과 관심이 온통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이런 목표설정과 추진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겠지만 당장 내년과 내후년 그리고 목표 달성 이전 시점까지 에너지 공급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에너지를 한번 소비하고 며칠이나 수개월, 또는 수년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는 매 순간 끊임없이 써야 하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설비의 입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공급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예상되는 부분이 입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료는 값이 비싸더라도 돈을 더 주고라도 사면 되지만 에너지를 생산하고, 원거리로 배달하며, 소비지 인근에서 분배하는 에너지 설비가 모자라면 에너지의 공급 자체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대로 석탄발전소에 대한 대체설비로 LNG 발전소를 건설하려 하고 있지만 현재 입지를 구하지 못해 발전회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동서발전이 추진하는 음성, 남동발전이 추진하는 대구, 서부발전이 추진하는 대전 등의 지역에서는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건설이 좌초되었다. 남양주시와 경북 구미에 건설되는 LNG발전소 건립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자가용 LNG열병합발전소, 서울에너지공사의 마곡 LNG열병합발전소, 한난의 대구 성서 LNG열병합발전소도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입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위댐 수상태양광을 비롯 전국의 태양광 입지마다 주민들과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또한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로 보급량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태양광 보급량이 급격히 줄어 지난해 3분기 1153MW에 비해 42%나 급감하여 올해 누적 설치량 전망치는 3500MW로 2020년의 4126MW와 2019년의 3789MW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도 해운대 청사포, 여수, 인천 덕적도, 제주 대정 등에서 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해상풍력 인허가 패스트트랙 조항인 ‘사전환경조사’ 실시 조항이 해수부의 반대로 빠져 앞으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원전의 경우 탈원전 여부를 떠나서 현재 원전 내부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 97.1%로 포화에 이르렀다. 이제 이를 위한 저장시설이나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게 되면 원전의 지속적 활용도 위험을 받게 된다. 중수로인 월성의 경우 맥스터 저장시설 추가건설 사업이 지역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진행중이지만 경수로의 경우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송전선로이다. 특히 강원도에서 경기지역을 잇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를 위해 횡성군과 홍천군에 송전탑 120여 기를 건설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의 초정-보은 송전선로 건설사업도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지난 7월에는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에서 마지막 33번 철탑공사를 남겨 두고 한전과 주민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서 지중화사업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에너지 설비의 입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소통과 지역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무엇보다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의 차등화와 실질적인 송배전 요금의 부과라고 할 수 있다. 지역별 에너지 사용이 해당 지역의 에너지 설비의 유치여부에 의해 좌우될 때 에너지 설비의 건설을 무조건 기피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 극복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설비 유치를 위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에너지 설비 입지문제 해결을 에너지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 필자는 에너지 문제의 핵심은 ‘배달(delivery)’에 있다는 점을 에너지 경제학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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