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가주도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에 "또 한전 등 떠밀리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13 16:36

- 업계 "투자 비용은 한전이 떠맡아야…전력시장, 요금체계 개편 없이 불가능"



- "한전, 정부 눈치에 전기료 못 올려 적자인데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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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경북 문경시 가은역을 찾아 이제는 태양농사를 지어야 하고 바람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국가주도 에너지고속도로’ 정책공약을 두고 에너지업계에서는 그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말은 국가주도라고 하지만 민간자본 유치가 어렵다면 결국 송·배전망 사업을 독점하는 한국전력공사가 그 투자비용을 떠맡을 수밖에 없고 한전이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전은 가뜩이나 지금도 재무구조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고속도로’ 말고도 당장 수행해야 할 국책사업의 투자비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가재정 투입이나 민간자본 유치가 아니고선 한전에 등 떠미는 공약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막대한 투자가 예상되는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한전이 참여할 경우 그 투자비용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국가재정 투입과 마찬가지로 국민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민간을 참여시키려 해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전기요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고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13일 이재명 후보의 전날 ‘국가주도 에너지고속도로’ 공약과 관련 "지역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직접 거래를 하려면 송배전망이 대대적으로 보강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 상 민간기업이 여기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민간기업은 최소한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사업을 하는데, 지금 송배전·판매 독점 사업자인 한전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설사 기반이 마련되더라도 결국 한전이 판매 독점을 포기해야 가능하고, 요금체계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며 "한전이 자신들의 사업영역 축소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고,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은 올해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지만 계속된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달아 있는 만큼 전기요금은 한동안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전은 4조원 대 적자가 예상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2조8000억원 적자 넘는 규모다. 또한 한전은 올해만 재생에너지 구입에 올해 2조6049억원에서 2025년도에는 6조489억원 투입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여기에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수익이 줄고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전은 정부 눈치에 전기는 손해 보면서 팔고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지출은 매년 늘리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탄소중립 압박까지 총대 멘 공기업만 허리가 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 후보는 에너지고속도로가 에너지공기업 민영화가 아닌 국가주도 민간투자로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면 그 전에 한전이 먼저 부도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한전 없이도 직접 전력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기업 PPA 법안이 통과됐지만 참여기업은 하나도 없다"며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서 쓰려면 간헐성 문제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직접 설치해야하는 등 비용은 물론 전기품질과 안전성도 보장하기 어렵다"며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뭐라고 할말이 없다"면서도 "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이라는 미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경북 문경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한 뒤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도시로 판매하면 탈탄소 산업 전환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를 위한 기반 투자를 하고, 아무 때나 에너지를 생산해 쓰고 남은 에너지를 서울, 부산으로 팔 수 있도록 지능형 전력망을 촘촘히 깐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 후보 측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설비, 판매, 유지관리, 지능형 전력망 등 사업에서 약 40조원 가량의 민간투자가 유치될 것으로 내다본다"며 "2030년까지 연 평균 20기가와트 규모 재생에너지 확대가 정책목표"라고 설명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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