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英 맨체스터 사례로 보니…"산업구조 전환 탄소중립, 불가능하지 않지만 속도가 문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16 16:50

2050년 산업계 탄소중립 정말 어렵나…英, 30년 앞서



산업혁명 발상지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미 탈바꿈



굴뚝산업 흔적 사라져…석탄 운송 철도 박물관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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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 쉽 운하(Manchester Ship Canal)의 모습 사진=이원희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탄소중립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속도가 문제다."

탄소중립에 추진에 앞서가는 영국 현지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사실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대표적인 공업 도시로 알려진 맨체스터를 가지고 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매연 등 대기 속의 오염물질로 인해 하늘이 뿌옇게 되는 스모그로 유명한 나라다. 그런 영국의 도시 이미지가 이제 완전히 탈바꿈했다. 맨체스터는 더 이상 제조업 도시가 아니다. 축구 명문 구단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굴뚝산업 중심 공업도시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영국 런던이 스모그의 고통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런던 시민들은 깨끗한 대기로 따사로온 햇볕을 충분히 받으며 풍요롭게 살고 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30년도 넘게 앞장서서 탄소중립을 준비했다. 그 결과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30년 전 정점에 달한 뒤 줄곧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제 겨우 탄소중립 추진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의 도달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제조업 비중은 영국이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으면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길을 가는데 적어도 30년 지각생이다. 영국이 지금까지 30년을 해왔고 앞으로 30년을, 총 60년을 거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를 앞으로 절반의 기간인 30년 만에 해내야 한다. 영국은 우리보다 30년 앞서 갔는데도 2050년 탄소중립은 아직도 도전적 과제라고 영국 국민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가 영국을 따라잡아 영국과 손을 잡고 골 라인을 통과하려면 피 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주력산업의 구조가 대부분 온실가스 다(多)배출 업종으로 짜여진 우리 산업계를 비롯해 곳곳에서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다.

이런 진통 속에서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까. 또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추진에 대한 산업계의 볼멘소리는 타당한 것인가 엄살인가.

에너지경제신문은 이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으로 지난달 15일부터 5박 7일간 영국을 직접 방문, 현장 취재했다. 기자는 현지 취재 과정에서 "탄소중립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빨리 가려면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산업계가 충분한 소통을 거쳐 공동 노력하되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내놓고 산업계는 기술개발 등 산업구조 개편 프로그램 및 투자계획을 제시해 탄소중립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거나 산업계의 구조개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 과감하게 2050년 탄소중립 시간표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맨체스터의 현지 분위기는 실제로 제조업의 흔적을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도시 경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상당히 전환됐다.

맨체스터는 더 이상 제조업이 중심인 도시가 아니다. 석탄을 부지런히 나르던 맨체스터 쉽 운하와 철도는 이제는 과거가 됐다. 운하는 조용히 흐르며 이제는 관광지로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맨체스터 쉽 운하 옆에 미디어시티에는 BBC 등 영국의 유명한 방송국들이 모여 미디어의 도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항구도시인 리버풀을 연결해주던 철도는 이제 맨체스터의 과학산업박물관에 전시돼있다. 맨체스터의 과학산업박물관은 맨체스터 산업이 변화한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다. 과학산업박물관 앞에는 산업혁명 시절 사용된 거대한 크로슬리 엔진이 놓여있다. 산업혁명 시절의 유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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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 앞에 놓여있는 크로슬리 엔진의 모습. 사진= 이원희 기자


실제로 주영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영국과 맨체스터는 이미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 전환을 이룩했다. 영국의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1990년 19%에서 2014년 9%로 절반 넘게 하락했다. 서비스업 비중은 같은 기간 67%에서 80%로 13%포인트 증가했다. 이미 1990년도부터 서비스업 비중이 제조업보다 3배가 컸지만 그 격차가 9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맨체스터 또한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최근 2017년 기준 제조업 비중은 5%까지 줄어들었고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 중심의 도시로 성장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27.1%이고 서비스업 비중은 62.4%다. 같은 통계 영국의 제조업 비중은 8.4%이고 서비스업은 72.8%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990년 정점을 찍은 이후 30년 가까이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7억9990만CO2eqt에서 연평균 1.9%씩 감소해 2016년 4억8630만CO2eqt을 기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2016년에 90년대의 6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는 국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보다 28년이나 늦은 것이다.

국내 산업계가 영국과 같은 선진국보다 탈탄소화 과정이 더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낮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영국과 맨체스터에게도 탈탄소화는 도전적인 과제다.

맨체스터의 과학산업박물관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는 외부 일부 시설에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에 대해 박물관 가이드는 "과학산업박물관을 맨체스터의 탈탄소화 흐름에 따라 지속가능한 박물관으로 조성 중"이라며 "맨체스터도 그렇고 우리 박물관도 탈탄소는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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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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