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신재생에너지, 무조건 ‘가야할 길’ 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29 10:51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 해를 보내면서 정부 에너지 정책의 큰 줄기를 되짚어보게 된다. 10여년 전 산업부에 신재생에너지 부서가 신설되었을 때 매우 의아했다. 그 당시 재생에너지의 가격은 턱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보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여전히 연구개발을 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부부서가 필요하다면 산업부가 아니라 과학기술부가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원자력발전은 약 50원이 소요된다. 현재의 태양광발전은 약 200원이다. 그러나 당시의 태양광발전의 단가는 1 kWh에 760원이었다. 15배가 비싼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15배’라고 숫자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승용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데 10만 원인데 가령 친환경 휘발유가 있어서 한번 채우는데 150만 원이 들어간다면 그것이 아무리 친환경이라 할지라도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수준으로 환산하여 4배인 40만 원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많이 낮아졌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많이 낮아졌지만 땅 값은 올라갔기 때문이다. 태양광 자원이 좋은 지역이 구식 패널로 선점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지어질 패널은 점점 더 자원이 나쁜 곳에 건설될 것이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지 않을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저밀도 에너지를 수용하기에는 우리 국토가 너무 좁다.

또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서 큰 비중이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문제가 부각 되고 이에 따라붙는 비용들이 늘어난다. 예컨대 햇볕과 바람이 없는 기간동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예비 발전소로 추가로 건설하고 운영인력을 두어야 한다. 예비 발전소가 부담스럽다면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여서 전력저장장치(ESS)를 설치해야 한다. 또 자연환경에 의지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력생산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전력망을 안정하기 위한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래서 규모를 키울수록 싸지는 것이 아니라 규모를 키울수록 비싸지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과학적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산업부에 재생에너지 부서가 생긴 그 시점에도 이미 알려진 문제였다. 그러나 이상한 말들이 지속적으로 주문처럼 외워지고 있었다. ‘신재생에너지가 가야 할 길은 맞는데...’ 라는 표현을 누구나 읊조리게 된 것이다. 물론 가정법 ‘맞는데...’로 구사된 이 표현은 뭔가 마뜩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고 있는 표현이다.

뭐가 가야 할 이유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냥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미래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미래에 국토가 늘어날 것도 아니고 햇볕과 바람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기술이 혁명적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기대되지 않으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비용을 치를 수 있을 만큼 단기간에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재생에너지의 유일한 소득원이 국민이 부담하는 보조금이다. 국민이 보조금의 확대도 더 이상 참아주지 않을 것이다. 발전회사가 부담하는 재생에너지 보조금(REC)은 2017년 1조원 규모에서 올해는 4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발전회사가 부담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한국전력공사가 발전회사에 지불하는 돈이고 이는 국민으로부터 걷는 돈이니 결국 국민부담이다.

어떤 측면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인가.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비전 가운데 현실적 타협을 해야 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예컨대 ‘통일’과 같은 문제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해야 할 일이고, 정권이 바뀌어도 해야 할 일이다. 에너지원의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재생에너지를 ‘가야 할 길’이라고 정해 놓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책들이 마치 신앙처럼 밀어 붙여지고 있다. 그 결과 공급 안정성, 전력품질, 가격, 환경오염, 국내 산업붕괴 등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애초부터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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