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후불결제 앞세워 빅테크와 정면승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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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맹점.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빅테크사의 전유물이었던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BNPL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떠올랐고, 소액 신용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를 얻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5일 국내 카드사 가운데 처음으로 BNPL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무신사가 운영 중인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현대카드를 신청하거나 이용한 이력이 없는 만 19세 이상의 솔드아웃 회원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제공된다.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솔드아웃 앱 상품 결제 창에서 ‘카드없이 분할결제’를 선택하고, 본인 인증과 출금 계좌 정보 입력, 금융 이용을 위한 추가 정보 입력을 마치면 결제가 완료된다. 분할결제한 금액은 구매 시점에 1/3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후 2개월 간 나눠 결제하게 된다.

카드없이 분할결제는 10만원 이상 50만원 이하의 단일 상품 결제 건에 적용되며, 분할결제 이용 중에는 다른 상품을 분할결제 할 수 없다. 결제 일정과 잔액은 솔드아웃 앱에서 확인 가능하다.

KB국민카드도 올해 3분기 내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한다. KB국민카드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는 최근 통합 결제 서비스 기업 다날과 후불결제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국내 1호 대안신용평가 기업 크레파스솔루션과 빅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사 및 후불결제사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카드사들이 BNPL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BNPL은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비용 결제를 나중으로 미루는등 일종의 ‘외상 거래’ 형태다. 신용카드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신용카드보다 가입 절차가 간소하고, 연회비도 없다. BNPL은 금융이력이 없더라도 사용할 수 있어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씬 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에게 인기다. 특히 MZ세대나 사회초년생, 자영업자 등의 이용이 주를 이룬다.

이미 해외에서는 BNPL 시장이 활성화된 상태다. 2005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클라르나는 대표적인 BNPL 기업으로 45개국에서 1억4700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200만건에 달한다. 해외 주요 BNPL기업으론 애프터페이, 클라나 등이 있는데, 2020년과 비교해 지난해 거래 규모가 각각 98%, 76% 증가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어펌은 지난해 1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이 설립한 업체로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제휴를 맺었다. 최근엔 글로벌 정보기술(IT) 애플이 BNPL 시장 진출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내 후불결제 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심사를 바탕으로 30만원 한도의 소액 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규제 속에 신용카드사만 후불 결제가 가능했지만 지난해부터 규제 특례(규제 샌드박스)가 생기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BNPL 진출이 가능해졌다.

연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이용자가 여러 BNPL 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더라도 BNPL 업체 간 이용자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연체정보 등 관리가 어려운 상태다. 실제 크레딧 카르마 조사를 보면 BNPL 사용자의 3분의 1이 대금결제 시기를 놓쳤고 그중 72%는 신용도가 하락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카드사들은 BNPL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이력이 부족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경우가 많아 잠재고객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카드사들은 내부 신용평가모델이 빅테크사들에 비해 연체율 관리에 대한 기반이 잡혀 있는 만큼 다중채무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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