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달러로 지급 받으며 단기적으로 큰 이익 예상
계속되면 물동량 감소·유가 상승·원재재값 등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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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의 1340원대 진입은 2009년 4월 이후 13년 만이다. 최근 원화의 가치 하락은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전력 수급난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서 야기됐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흐름 자체를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조선·해운업계는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조선사의 수주 계약 및 해운사의 운임 계약 대금을 달러로 지급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환율에 따른 수익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약기간 중 환율 변동이 원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조선해양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3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들 업계의 실제 수출 비중이 높은 점도 호재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고환율 기조에서 가격경쟁력 상승과 환차익으로 인한 이득을 얻는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가 국내 산업 업종 총산출액 대비 수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89.5%로 1위, 조선업계는 76.2%로 3위로 타 업계에 비해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다. 특히 조선업계는 국내 산업계 중 이익률이 가장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업계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 상황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조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조선·해운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컨테이너선의 운임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3분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100포인트 이상 빠지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SCFI는 3429.83으로 전주 대비 132.84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반증하듯 상반기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글로벌 인프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와 중국 주요 도시 봉쇄에 따른 교역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출입과 환적 물동량이 모두 줄어든 탓이다.
조선업계도 글로벌 경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환율 상승과 더불어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선박 대금을 인도시 받는 ‘헤비테일’ 계약 방식에 의해 필요한 자금 조달·상환 시점 수익률이 뒤바뀔 수도 있다. 아울러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해운업계 타격을 입어 신조선 수요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기가 침체된다"며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올라가거나 신주 선박 발주가 안될 수도 있는 대외적인 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고환율 상황이 사업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금을 달러로 지급받아 장부상 일시적으로 환차익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출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해운업계는 원가의 20%에 달하는 연료를 구입할 때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 결제하고 있다. 같은 규모의 연료를 구입하더라도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의 항구에서 값이 비싼 저유황유(유황성분이 1% 이하인 원유) 사용을 강제하는 분위기라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수혜업종이라고 불리는데 사실 사업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며 "달러로 받아 달러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라 흑자를 기록할 때 수혜업종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