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법' 와중에도…삼성·애플, 중국산 부품 늘리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4 10:49

디스플레이·반도체 부품 등 가성비 좋아 중국산 찾을 수밖에



中업체 점유율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세 높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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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제조하는 전자제품에 중국산 부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배경과 여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노트북 수요가 감소하는 악재 속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산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와 전자제품 기술력 격차를 점차 좁혀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결정이 중국에 날개를 달아주며 국내 산업계에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중국 업체 부품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할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6’에 중국 BOE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기존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BOE와 또 다른 중국 제조사인 CSOT에 갤럭시워치6용 OLED 패널 견적요청서(RFQ)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갤럭시’ 스마트폰 플래그십 제품과 폴더블 스마트폰까지 BOE 패널이 탑재될 여지가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BOE는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용 패널을 공급하며 거래를 시작해 최근 플래그십 제품용 패널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BOE는 CSOT와 함께 ‘갤럭시 M’ 시리즈에 OLED 패널을 시범 적용한 이후 ‘갤럭시 A’ 시리즈까지 공급을 늘렸다.

BOE는 이달 공개를 앞둔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에도 패널을 공급했다. 기본형 6.1인치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 패널이다. 이전까지 아이폰 리퍼용 제품에 패널을 공급해오다 처음으로 애플 플래그십 스마트폰 초도 물량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에 BOE 패널 탑재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 주목한다. 과거와 견줘 높은 수준으로 품질이 향상됐고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막강한 원가경쟁력을 내세워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OLED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점유율과 수주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추격을 허용한 전례가 있어서다. BOE와 COST 올해 삼성전자 수주량은 각각 3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점유율 기준 각 2% 정도다. 나머지 95% 이상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모두 합쳐 100만대도 수주하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성장세는 무시하기 어렵다.

또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이어 BOE를 아이폰 패널 공급사로 선정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질 여지가 있다. 패널 공급량에 대한 가격 협상에서 국내 업체가 불리해지고 공급 단가 이하 압력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분석이다.

◇ 애플, 아이폰에 중국 낸드 채용 검토

애플은 중국 국유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YMTC)에서 ‘아이폰14’ 시리즈에 탑재할 낸드플래시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에서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아왔다. YMTC가 128단 낸드플래시를 이달 출시되는 신제품과 향후 선보일 보급형 제품 등에 탑재하게 되면 세 번째 공급업체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애플은 YMTC가 내세운 저렴한 가격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낸드플래시는 제조 기술력이 다소 부족해도 애플이 가진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등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로 경쟁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YMTC가 공급량을 확대하면서 가격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커지는 흐름에 우려를 표했다. 최근 YMTC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노트북 제조사에 저가로 제품을 납품하면서 최근 하락세인 낸드 가격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15%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YMTC 기술력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D램에 비해 구조가 후발주자가 기술 격차를 줄이기 상대적으로 쉬워 YMTC가 기술력은 어느 정도 올라왔다는 평가가 많다"며 "하지만 공급사가 원하는 물량을 원하는 시점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생산관리 영역은 다른 이야기라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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