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 핵심기술 '랩스커버리'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13 16:46

美FDA 통과 항암신약 개발 결정적 역할 '플랫폼'
국산기술로 의약품 짧은 약효 '수십배 지속' 성과
희귀질환 치료제 10여건 개발중…글로벌신약 기대

한미약품 랩스커버리

▲지난 2017년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77회 미국당뇨병학회에서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왼쪽 첫번째)이 외국 관계자에게 랩스커버리 기반 희귀질환치료 신약 연구결과 포스터 발표자료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약품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롤론티스’가 국내 항암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한미약품의 독자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주목받고 있다.

13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중증 호중구(백혈구의 일종) 감소증 치료신약이자 국내 개발 신약 33호인 ‘롤론티스’는 지난 10일 국산 의약품 전체로는 25번째, 항암신약으로는 첫 번째로 미국 FDA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롤론티스는 항암 화학요법을 받은 암환자에서 신체 내 백혈구의 4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감소해 면역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부작용을 치료·예방하는 바이오의약품으로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해 가동하고 있는 여러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중 하나로, ‘오래 활동하는 단백질·펩타이드(LAP)를 발굴(Discovery)하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케미컬의약품이 다루지 못했던 질병 등에서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으나 주로 단백질로 돼 있어 체내에 투약되면 빠르게 분해돼 반감기가 짧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매일 투약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물을 사슬모양의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로 감싸 체내 분해를 늦추는 ‘페길화’ 기술도 있으나, 체내에서 분해돼 사라지는 것을 막는 대신 약물이 타깃 수용체에 부착되는 것도 어렵게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약물에 부피가 큰 고분자물질을 한 가닥의 ‘링커’로 연결시켜 약물이 분해돼 사라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약물이 타깃 수용체에 쉽게 부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마치 열쇠(약물)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열쇠를 사슬로 감싸는(페길화) 대신 큼직한 열쇠고리(링커:고분자물질)를 달아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쉽게 자물쇠(수용체)를 열 수 있도록 하는 작동원리와 같다.

이같은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하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수 배에서 수십 배 늘려 투약 횟수를 줄이고 환자의 편의를 높여준다고 한미약품은 설명했다.

롤론티스는 3주에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개발됐다. 암젠의 ‘뉴라스타’ 등 기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보다 투약 주기를 늘려 환자 편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랩스커버리는 지난 2004년 개발이 시작돼 현재 롤론티스뿐 아니라 10개 신약 파이프라인이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이다. 혈당조절 효과와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돼 당뇨병 치료제는 물론 비만·뇌졸중 등 다양한 치료제로 개발이 기대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해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성장호르몬 결핍증 △특발성 폐섬유증 등 다양한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 포함돼 있다.

미국 FDA의 롤론티스의 FDA 허가로 랩스커버리가 글로벌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적용 바이오 신약들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뿐 아니라 항암제의 경구 흡수율을 크게 높이는 기술 ‘오라스커버리’, 하나의 항체가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하도록 하는 이중항체 기술 ‘펜탐바디‘ 등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활발한 연구를 통해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랩스커버리의 확대 적용 가능성을 계속해 확인하고 있다"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환자를 위해 랩스커버리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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