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도 ‘팔수록 손해’ 사업구조 심화…채희봉 사장 "가스요금 큰 폭 인상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20 16:38
인천생산기지_전경(야)-1

▲한국가스공사 인천LNG생산기지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한국가스공사도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구조의 심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적자 누적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와 마찬가지로 갈수록 커지는 사업구조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폭등한 국제 천연가스 가격과 국내 도매 가격 간의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분을 제 때 국내 가스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양대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은 결국 국민 부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요금 현실화 등 선제적인 조치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가스공사의 비상 상황에 채희봉 사장까지 나섰다.

채 사장은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공공성을 통해 도시가스 요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지만, 현재의 도시가스요금 수준은 국제수준과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고 가스공사 차원에서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큰 폭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일 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주택용 도시가스는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급돼 가스공사 미수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스공사 원료비 미수금은 전기 말 대비 3조 7700억 원 늘어나 총 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5년 간 도시가스요금을 동결하는 바람에 5조 5000억 원의 가스공사 미수금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국제 현물가격(JKM : 일본·한국 현물시장 기준) 수준은 2020년 mmbtu당 3.8 달러 대비 약 4배 상승한 15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8월 평균 가격은 다시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31달러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반면, 가스공사가 도매로 공급하고 있는 주택용 도시가스요금은 거의 변동 없이 4% 정도 극히 미미한 수준의 인상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외국의 주택용 도시가스요금은 큰 폭으로 인상됐다. 네덜란드 3.2배, 독일 3.5배, 영국 2.8배, EU 27개국의 경우 1.8배로 급등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등함에 따라 가스공사의 원가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실정이다. 10월부터 큰 폭의 도시가스 요금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직접 가스요금 인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채 사장은 최근 개인 SNS를 통해 "현행 40% 수준에 불과한 가스 원가를 최소한 80%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도시가스요금은 국제적으로나 원가 대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3월 현재 국내 주택용 가스요금은 유럽 주요국가의 34%, 일본의 49% 수준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의 도시가스요금은 원가의 약 40%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원가의 80% 수준 이상으로 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게 채 사장의 주장이다.

도시가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겨울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에 따라 가스공사 미수금 또한 더욱 크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

오는 12월 천연가스 선물가격(TTF 기준)은 mmbtu당 약 7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 사장은 "지난 정부에서 정한 올해 10월의 도시가스요금 인상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겨울철 도입원가의 상승과 겨울철에 소비량이 크게 증가함으로 인해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당초보다 훨씬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가스공사의 연말 부채비율도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내년도에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6월 말 기준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355.9%에 달한다.

현재의 도시가스 가격은 심각한 에너지 가격 왜곡현상을 가져오고 결국 도시가스의 과소비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지나친 도시가스요금 억제는 도시가스 소비증가로 연결되면서 오히려 수입을 억제해야 할 고가의 현물수입을 더욱 증가시키는 문제점을 낳는다"며 "시장기능을 회복시키고 가격메커니즘의 작동을 통한 수요조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시가스 요금조정을 통한 가스공사 미수금 회수 및 가격구조 개선을 미룰 경우 세대 간 갈등 초래 가능성도 우려했다.

채 사장은 "지나친 도시가스요금 억제는 미래세대와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추후에 ‘정산단가’라는 형태로 연도별로 미래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부과를 해서 회수해 하는데, 그 경우 오늘의 소비자가 회피하는 부담을 미래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가격수준에서 미수금을 방치하고 향후 미수금을 회수할 경우 5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돼 미래에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 사장은 "그동안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공공성을 통해 도시가스 요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왔지만 현재의 도시가스요금 수준은 국제수준과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고 가스공사 차원에서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큰 폭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라며 "물가관리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문제를 뒤로 미루는 임시방편적 접근을 할 경우 미래에 더욱 큰 문제가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에너지요금은 국제 에너지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정부 통제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다, 유례 없는 국제 에너지 정세 속에서 종전의 정책을 답습하기 보다는 근본적이고 새로운 정책적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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