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화두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챗GPT로 반도체 수요 증가할 듯…‘적극 대응’"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된 지난해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향후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챗GPT’, 이른바 대화형 AI 서비스가 업계를 휩쓸고 있는 만큼 이를 원활하게 서비스하기 위한 고성능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작년 4분기 컨콜에서 "자연어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AI 기술에 기반한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서는 대량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조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요구하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개발을 통해 AI 서비스 관련 수요 증가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진단과 해법은 비슷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 1일 작년 4분기 컨콜에서 챗GPT에 대해 "언어 모델의 확장성, 대중을 활용한 AI의 일반화와 상용화라는 점에서 파급성이 크다"며 "향후 웹 3.0으로 발전하면 기술적 진화에 따른 메모리뿐만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활용 확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관점에서는 속도와 용량이 중요하다"며 "기존 서버 메모리 중에서 특히 128GB급 이상의 모듈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추후에는 64GB에서 128GB로 넘어가는 크로스오버 시점도 당길 수 있는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 기술·솔루션 개발…IT 기업과의 협력도 ‘가속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개발 및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1년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지능형 반도체)을 개발한 데 이어 AI와 머신러닝 등 데이터센터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CXL 기반 D램 메모리 기술을 내놓기도 했다. 작년 5월에는 기존 대비 메모리 용량을 4배 높인 512GB CXL D램을 개발했다. 작년 12월에는 네이버와 손잡고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대역폭 제품인 HBM3는 엔비디아의 ‘H100’에 탑재돼 가속컴퓨팅 등 AI 기반 첨단기술 분야에 공급되고 있다. HBM3는 HBM 4세대 제품으로 초당 819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풀HD 영화 163편을 1초에 전송하는 수준이다. 한편 챗GP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샘 올트먼 등이 공동 설립한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봇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이 회사에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글은 조만간 자체 AI 언어 프로그램 ‘람다’와 같은 AI 기반의 광범위한 언어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도 올해 상반기에 생성형 AI ‘서치GPT’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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