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자금 131조8803억원...2조원 넘게 줄어
외인, 코스피-코스닥 1.3조 주식 순매도
전 세계 증시 대부분 급락...투자심리 위축
연준 금리 인상..."금융 안정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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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 증시 자금이 2조원 넘게 감소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등 국내 증시 자금은 총 131조8803억원이었다.
이는 SVB가 파산한 이달 10일 134조3556억원 대비 2조4753억원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48조3254억원에서 46조2526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었다.
외국인도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은 SVB 파산 이후 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1조3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 코스닥을 모두 팔아치우면서 연초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6조2000억원대로 줄었다.
이렇듯 증시 자금이 감소하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것은 미국 은행 파산으로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이달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미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면서 은행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미국 지역은행을 거쳐 유럽, 크레디트스위스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각국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미국 나스닥지수(4.22%), 러시아(RTS·2.94%), 코스닥지수(1.95%), 사우디아라비아(Tadawul·1.64%) 등 4개 주가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이달 코스피는 1.63% 떨어졌고, 다우지수도 0.31% 하락했다. 독일(-0.72%), 프랑스(-1.68%), 중국(상해종합·-1.71%), 일본(닛케이225·-2.07%), 인도(-2.25%), 브라질(-3.24%), 호주(-4.21%) 등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 시스템 위험의 확산 가능성에도 누적된 물가 문제에 대한 대응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은행시스템이 안정적이라고 하면서도 향후 은행대출 축소가 경제에 미칠 경로는 알기 어렵다고 평가했다"며 "이는 지금은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 판단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안정에 방점을 둬서 기준금리를 올리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는 "금융, 인플레이션, 성장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강조했지만, 파월 의장의 언급처럼 임대료를 제외한 서비스부문 물가는 둔화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상황 안정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은행대출 축소에 따른 성장둔화 우려를 남겼고, 인플레이션 2% 안착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