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CCUS’ 개발 전쟁터···우리 정부도 빠르게 움직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17 08:08

대한상의 ‘국내 탄소 포집·활용·저장 현황과 과제’
삼성·SK 등 해외 탄소 저장 사업 추진···국가간 협약 필요

국내 기업의 해외 CCS 사업현황

▲국내 기업의 해외 CCS 사업현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세계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개발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발표한 ‘국내 CCUS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핵심기술로 CCUS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대한상의 측 입장이다.

CCUS는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로부터 나오는 탄소를 모아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와 포집한 탄소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를 포괄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달 제6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 보고서를 통해 2040년 이전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IPCC 분석에 따르면 1.5도씨 증가에 머물기 위해서는 2100년까지 최대 1조2180억t의 탄소를 CCUS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를 선점하는 것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미래 기후변화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CCUS의 2030년 감축목표를 기존 1040만t에서 1120만t으로 80만t 확대했다. 2030년까지 누적으로는 1680만t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CCUS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3월 공개된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에서는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 CCUS를 ‘넷제로 기술’로 지정했다. 관련 산업을 EU 역내 유치하기 위한 인허가 단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관련 기술·제품의 연 수요 40%를 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통해 시장을 창출할 방침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CCUS 설비 설치 등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강화했다. CCS의 경우 탄소 1톤당 85불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캐나다도 CCS 투자비의 50%,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DAC(Direct Air Capture) 투자비의 6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CCS의 경우 산업부, CCUS는 과기부에서 담당하는 등 아직 관련 정책 지원을 총괄하는 책임부처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SK E&S는 호주와 동티모르에서2030년 기준 연 300만t 규모의 CCS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6개 회사와 협력해 말레이시아에 2027년부터 연 200만t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탄소 저장소가 부족한 국가는 런던협약(폐기물 및 기타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협약)에 따라 포집된 탄소를 이동시키기 위한 국가간 협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 양국이 모두 런던의정서 개정안에 대한 수락서를 국제해사기구(IMO)에 조속히 기탁해야 한다.

권이균 한국CCUS추진단 단장은 "탄소 저장소로 전환이 가능한 생산종료 예정 가스전을 확보하기 위해 각 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우리나라가 작년 4월 런던의정서 개정안 수락서를 IMO에 기탁 완료한 만큼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는 상대 국가도 런던의정서 개정안 수락서를 IMO에 조속히 기탁하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NZIA를 살펴보면 탄소중립에 필요한 산업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전폭적으로 지원과 시장 창출해 탄소중립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EU 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40% 이상 사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집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가스전을 보유한 국가들은 CCS를 탄소중립과 2030 목표(NDC) 달성을 위한 마중물로 보고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로 지정하고 혁신투자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 CCS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감축기술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후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RECSS(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And Storage), 공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DAC(Direct Air Capture) 등 흡수기술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문제는 국내에 탄소 저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저장소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간 협약 체결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탄소누출 관리를 위한 MRV 체계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 CCS 적용 현장에 방문해 기술개발 수준 등 사업의 추진 현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MRV 체계 등에 대한 벤치마킹과 상호 협력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높은 CCUS 비용도 문제다. 국내 저장소가 부족한 만큼 탄소를 수출하기 위한 수송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CCUS 비용은 탄소 1t당 150달러수준이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교수는 "국내 선도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CCUS 추진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 호주 등 탄소 저장소가 확보된 CCUS 최적조건보다 기술 적용 단가가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라며 "정부가 탄소차액계약제도, 세제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는 정부가 기업에게 일정기간 고정된 탄소 가격 보장해 탄소중립 기술투자 불확실성 줄여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올해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해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가 목표와 계획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는 탄소중립 수단에 대한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본격적인 이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유럽, 미국과 같이 탄소중립 기술과 산업을 명확히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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