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원 후순위채 발행 결정...2200억 후순위채 상환 목적
"자본 질적 수준 제고될 듯...킥스비율 개선 영향은 미미"
‘실사’ 하나금융 부담 완화 목적...자본성증권 가격협상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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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보험.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KDB생명이 이달 중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표면상으로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이달 중 조기상환기일이 도래하는 2200억원 무보증 후순위채를 상환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KDB생명의 잇단 자금 조달은 인수자인 하나금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달 1일 이사회를 열고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5년 뒤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붙었다. KDB생명은 대표주관사인 메리츠증권과 협의 후 발행 조건과 청약일, 납입일 등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900억원 규모 보증부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이달 20일 콜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하는 22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지난달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자금 조달에 대한 목적이 후순위채 상환에 있는 만큼 킥스(K-ICS) 비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KDB생명은 가용자본 중 자본성증권 비중이 높아 콜시점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도 다른 생명보험사 대비 큰 편"이라며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의 질적 수준은 제고될 전망이나 유상증자 대금이 이달 20일 콜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하는 후순위채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킥스(K-ICS) 비율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자금조달을 두고 인수자인 하나금융지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8월 1일부터 KDB생명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KDB생명의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 자본성증권에 대한 차환 부담 등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하나금융이 추후 가격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요시하게 고려될 수 있다.
산업은행 내부적으로도 KDB생명의 재무상황, 추가 자본 확충에 대한 필요성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나 이 회사는 3월 말 기준 킥스비율이 경과조치 전 47.7%, 경과조치 후 101.7%로 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경과조치 전 192.7% 대비 낮은 수준이다. 2021년 이후 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신규 영업은 물론 영업기반도 위축됐다는 평가다.
새 회계제도에서는 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보다 이익 창출력이 큰데, 이 회사는 3월 말 기준 보험부채 포트폴리오에서 연금저축 비중이 60%로 보장성보험(35%)보다 높다는 점도 하나금융 입장에서 부담이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영업 위축, 낮은 수익성, 자본성증권 차환,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자본감소와 요구자본 증가 등이 자본관리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KDB생명이 자본 확충으로 건전성을 개선하는 행보는 인수를 검토 중인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본 확충을 단행한 후 KDB생명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상황이라면,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이 생길 요소는 없다"며 "만일 산업은행의 자본확충이 KDB생명 매각가에 포함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이것까지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미 KDB생명이 매각을 추진하다가 엎질러진 전례가 있고, 실사 과정에서 하나금융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일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완료할 경우 KDB생명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추산하기 어렵다"며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KDB생명 실사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