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의 조건] 독보적 1위 KB금융의 과제 '글로벌 강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6 17:03

상반기 3조 순익 리딩금융 공고화

글로벌 부문에서는 '후발주자' 평가



인니 부코핀 은행 정상화 관건

디지털 1위·신시장 진출 추진력 갖춰야

[편집자주] 오는 8일 KB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9년 동안의 윤종규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앞두고 있어 차기 회장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KB금융 회장 선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차기 회장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 후보군의 면면을 진단해 본다.

KB금융그룹

▲KB금융그룹.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국내 금융그룹의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B금융그룹에도 과제는 있다. 가장 보강이 필요한 부문은 글로벌이다. KB금융은 리딩금융이란 명성이 무색하게 글로벌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KB금융이 꿈꾸는 넘버 원(No.1) 금융플랫폼 완성과 앞으로도 달라질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은 차기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 1등 KB금융 글로벌은 약세…부코핀 정상화 숙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확고한 금융그룹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KB금융이 신한금융과 일찌감치 격차를 벌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을 보면 KB금융은 2조9967억원, 신한금융은 2조6262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순이익이 성장한 반면 신한금융은 2.1% 감소했다. 1분기에는 KB금융(1조4976억원)과 신한금융(1조3880억원) 격차가 1096억원이었으나 2분기에 차이가 더 나며 상반기 기준 3705억원까지 벌어졌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 2조209억원, NH농협금융지주 1조7058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5386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특히 상반기 가장 이슈였던 충당금도 KB금융이 더 쌓은 데다 배당 정책도 앞섰다는 점에서 사실상 KB금융의 완승으로 평가된다. 상반기 KB금융은 1조3195억원, 신한금융은 1조9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전년 동기 대비 충당금 규모는 KB금융은 177.4%, 신한금융은 67.8% 각각 확대됐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KB금융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KB금융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글로벌 부문이다. KB금융은 리딩금융이란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로 여겨진다.

글로벌 네트워크 수가 다른 금융사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해외 성적의 기여도가 크지 않다. 각 은행 공시에 따르면 해외 진출의 주축을 담당하는 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은 중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6개의 해외 법인이 진출해 있다. 반면 신한·하나·우리은행은 동남아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10여개의 해외 법인 설립을 마친 상태다.

글로벌 이익도 강화해야 한다. 상반기 해외 법인 순이익을 보면 국민은행은 약 551억원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관련 유동화전문회사(SPC) 순이익이 반영된 수치다. 하나은행은 약 778억원, 우리은행 약 1527억원, 신한은행 약 2600억원 규모다.

특히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상반기 부코핀 은행 순이익은 84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 국민은행 설명이다.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적립했던 대손충당금 기저효과와 부실 여신 대량 매각이익이 발생한 결과로, 본격적인 흑자 궤도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부코핀 은행 SPC 관련 상반기 순손실은 589억원이나 된다. 국민은행 목표인 2025년 부코핀 은행의 흑자 전환을 비롯해 KB금융은 해외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글로벌 부문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현재 부정할 수 있는 국내 1위의 금융그룹"이라면서도 "이 가운데 글로벌 부문은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약해 KB금융이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 빅테크 수준으로…비은행·신산업 강화 추진


디지털 부문에서 1등으로 도약하는 것도 KB금융이 가진 포부다. KB금융은 No.1 금융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KB스타뱅킹을 슈퍼 앱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KB스타뱅킹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200만명으로 시중은행 앱 중에서는 1위에 올랐지만, 실질적인 경쟁자로 보고 있는 인터넷은행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목표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플랫폼 경쟁에서도 승기를 쥐겠다는 것이다. 은행 앱 1위인 카카오뱅크의 MAU는 약 1600만명이다. 앞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 앱의 MAU 목표를 20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은행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비은행과의 고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비이자이익 강화를 위해 신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KB금융이 성과를 내야 하는 부분이다. 상반기 순이익 대비 비은행 비중은 KB금융이 약 38%, 신한금융이 약 40%다. 이어 농협금융 약 31%, 하나금융 약 14%, 우리금융 약 9%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그룹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수익,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을 6대 4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비금융 진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사업 모색도 지속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이미 알뜰폰 리브 엠(Liiv M)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 수익 사업으로는 발전시키지 못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재무·비재무적 모든 분야에서 금융사가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며 "새로운 리더십에 요구되는 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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