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민변' 김선수 대법관 주목…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땐 역할 커질 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7 15:48

대법원장 임명 늦어지면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전원합의체 심리 주도 가능성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종환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이 법조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부결로 맞은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김선수 대법관의 커질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김선수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 임기 만료인 안철상 대법관에 이어 이튿날부터 대법원장 대행직을 이어받는다.

아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새 대법원장 후보자의 지명이 이뤄질 경우 취임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동의안 처리, 대통령 임명 등 최소 약 한 달 반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장 공백사태가 일러야 연말에야 해소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 국회 등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장 공백사태는 내년 초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누구로 지명하든 해당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6개월 정도 앞두고 팽팽히 맞서 있는데다 정치의 사법화로 양측이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속에서 국회의 절대 다수 의석으로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앞세워 행정권력을 쥐고 있는 집권 국민의힘이 대립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새 대법원장이 올해 안으로 임명이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인데다 임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법관에 대한 추천·제청·청문회 등 절차가 3개월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당분간 대법관 공백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전날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논의를 갖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내년 1월 1일까지 대법원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헌법상 대법원장을 포함 대법원 구성 대법관 14명 중 3명 동시 공석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대법원이 대법관 11명 체제로 운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 대법원장이 연내 임명되더라도 대법관 임명 절차 등을 감안하면 내년 초 대법관 2명의 공석은 이미 불가피하다. 현 대법원장 대행인 안철상 대법관과 함께 민유숙 대법관이 6년 임기를 채우고 내년 1월 1일 물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새 대법원장이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임기 만료까지 임명되지 못하면 두 대법관 다음의 선임자인 김선수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직을 맡게 된다. 새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지면 그만큼 김선수 대법관의 대법원장 대행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김 대법관은 내년 2월 예상되는 전국 법관 정기 인사를 주도하고 전원합의체(전합) 재판장으로서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법관 인사는 어떤 판사를 어느 보직에 임명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 법조계의 비상한 관심사안으로 전해졌다. 전합은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전원(13명)이 모여 소부에서 의견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사건을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논의하는 자리다. 대법관들은 일단 새 대법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대법원장 대행이 재판장을 맡아 전합사건을 심리하되 선고여부는 사건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전합에 올라온 사건은 5건이다.

[그래픽] 대법원 대법관 현황

▲[그래픽] 대법원 대법관 현황. 연합뉴스

◇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대법원 회의에선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예정대로 하기로 하고 전원합의체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안 권한대행은 대법관 회의에서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은 잠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현상유지가 원칙이므로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는 사항은 그 권한을 행사하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유보하거나 자제하는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범위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법관 인사를 비롯해 전원합의체 재판장 권한에 대해서도 현상유지의 원칙과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는 사항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김선수 대법관이 권한대행으로 법관 인사와 함께 전원 합의제 심리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6년 동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코드 인사와 정치 편향적 재판 지연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대법관 성향과 재판 분석·전망

지난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대법원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출신 대법관이 대거 임명되며 진보 우위 구도가 구축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대법관 성향은 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홍구·오경미 대법관이 진보 6명으로 분류되고 안철상·이동원·노태악·천대엽·오석준·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 중도·보수 7명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각각 중도와 진보 성향을 보이는 만큼 대법원 재판 결과가 대법관 정치 성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진보 성향인 김선수·노정희 대법관과 보수 성향의 이동원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년 8월엔 대법원 지형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 선고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법관 한 명이 한 해 처리하는 사건은 4038건에 달했다.

민유숙·안철상 대법관이 각각 소속된 대법원 2부와 3부는 이후 3명의 대법관이 심리를 진행하고 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관 3명 체제에서 한 명을 회피·제척해야 하는 사건이 생기면 두 명의 재판관만으로는 심리가 불가능해서 사실상 재판이 중단된다.

대법관 공백 상태의 장기화가 상고심 재판의 중단 사태까지는 발생하진 않겠지만 처리 속도가 현저히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xkj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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