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명 두 갈래 전략…당 비주류에 ‘포용’ 여권엔 ‘포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4 15:21

법원에 '겸손', 검찰에 '강공' 펼치던 전략과 유사한 상황



친명계 "징계 건 잠시 미뤄두자는 것…내부에선 징계 요구"



비명계 "이대표, 굿 캅 역할…오히려 재판리스크 증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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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해군본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감사장을 응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갈래 전략을 펼쳤다. 가결표 논란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며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포용’한 한편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는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포문’의 길을 연 것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복귀 후 당 내홍 수습을 위해 단일대오를 정비하고 통합을 위한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다만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민생과 정치복원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내각 총사퇴’와 ‘예산안 원전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는 최근 법원에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반면 검찰에는 ‘강공’을 펼치는 상황과 유사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재판장님이 제 인생을 쥐고 있다" "조그만 방에 혼자 있으면 검사 수십 명이 덤비는데, 어떻게 방어를 하겠냐. 방어권만 행사하게 해달라"며 호소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진술 조서에 서명하지 않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재판 리스크’에 빠진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앞으로 어떤 정치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당의 협치와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나선 이 대표의 목소리에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낸 의원들의 징계 여부를 둘러싼 당내 논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친이재명(친명)계에서는 여전히 징계 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성 친명계로 꼽히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이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잠시 미뤄두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원들의 징계청원은 답변을 해야 한다"며 "해당행위를 해놓고도 징계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왈가왈부는 가부를 말하지 말자, 지금은 국민들의 삶이 더 고단하니 잠시 미뤄두자 이런 것"이라며 "가결을 구별할 수도 없고 구별한들 그거를 가지고 징계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정신에 보면 소신 투표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냐. 그거는 예외다. 다만 해당행위에 대해서는 그거(징계)는 일상적 당무"라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가결의 여부는 가결했느냐 부결했느냐 그거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어떤 것을 가지고 해당행위 여부는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정 최고위원은 "그렇다"며 "이분들 5인(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을 제외하더라도 어떤 분이라도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다 한다, 그러면 최고위원회에 보고가 올라온다"며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지를 남겼다.

가결파 징계가 무산된 게 아니라 잠시 중단된 상태라는 주장은 서은숙 최고위원에게서도 나왔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일단은 포용하고 가자는 이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라며 "최고위원 내부에서 그래도 (징계를) 진행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징계청원에 대해서도 "청원은 당무로 처리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리해야 될 시기가 온다면 처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가 가결파에 대해 언제든 다시 징계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하자 비이재명(비명)계는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명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친명 최고위원들이 ‘굿캅(좋은 형사) 배드캅(나쁜 형사)’의 역할극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굿 캅 역할"을 한다면서 "이 얘기(단합 메세지)가 진심인지 드러나는 지점이 곧 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결파 문제에 대해 경위 파악이라도 해보자라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오는 순간 이 대표의 예상 수준의 답안지(단합 메시지)는 실체가 없구나라고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의원은 "이 대표는 탄압에 맞선 훌륭한 야당 대표가 된 게 아니고 판사 복이 있는 운 좋은 정치인이 된 것"이라며 "그러니까 재판 리스크는 그대로 있고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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