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슈퍼 을’ ASML과 추가 협력 성사…동맹 더 공고해졌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3 10:20

삼성전자-ASML, 1조원 들여 국내에 반도체 R&D 센터 짓는다
SK하이닉스, EUV 친환경적으로 활용한 에너지 감축 기술 개발



윤석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 함께 7억유로(약 1조원) 규모를 투자해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시설을 짓기로 했다. ASML은 우리나라에 2400억원을 투자한 상황인데, 여기에 추가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ASML은 또 SK하이닉스와도 협력해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한 에너지 소모 감축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12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현지에서 열린 ‘한·네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협약이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ASML과 함께 짓는 연구 시설은 초미세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공간이다. ASML은 극자외선 EUV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장비 수급 문제는 반도체 생산성과 직결되는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대기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짓기로 한 연구시설에선 차세대 EUV 장비가 활용된다.

EUV 공동 연구소는 국내 수도권 지역에 건설될 예정으로, 삼성전자와 ASML은 7억유로(약 1 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 장비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각 사가 각각 얼마씩 투자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ASML이 삼성전자와 MOU 체결을 한 것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인 한국에 투자를 하는 것이 차세대 노광 기술 확보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이번 MOU를 통해 최첨단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차세대 EUV 양산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1993년부터 30년간 지켜 온 글로벌 메모리 넘버원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설비소재 협력사의 성장과 반도체 인재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국가 반도체 경쟁력 확보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도 "삼성전자-ASML간 협력 발표는 치열해지는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계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 체결식에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배석했다.(사진=연합)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모량을 감축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EUV 운용 시 내부를 진공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수소 가스가 활용된다. 수소 가스가 내부의 오염원을 제거하고 쿨링 등의 역할을 수행하면, 이후 사용한 수소 가스를 소각한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함께 사용한 수소 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포집 후 연료 전지로 재활용해 전력화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기술이 도입되면 사용 전력 절감은 물론 탄소 저감에도 기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 본부장은 "SK하이닉스와 ASML이 공동 기술개발에 성공해 보다 친환경적인 반도체 장비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네덜란드 측과 양국 기업 및 기관이 교육 주체로 참여하는 ‘한·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아카데미가 신설되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학생들과 재직자들이 ASML 본사는 물론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공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얻게 되어 EUV 등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 및 관련 기술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 본부장은 "이번 방문으로 형성된 반도체 제조 강국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간의 연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기술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양국 간 ‘한·네 반도체 대화’ 신설을 통해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 체결식에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도 배석했다.(사진=연합)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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