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비트코인 현물 ETF 첫 승인에 시장 확대 기대감↑
국산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시간문제...업계 "아직은"
자본시장법 세법 개정 등 당장 넘어야할 산 많아
이미 유럽 상장한 ‘선물 ETF’ 출시 가능성이 더 높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소식이 들려오자 투자자들은 국내에서의 비트코인 ETF 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단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관련 법·규제, 금융당국의 태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당장 현물 ETF 상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선물 ETF 출시가 허용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아, 이 상품에서 운용사들의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 비트코인 현물 ETF 확대 기대감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했다. 해당 ETF 상품 11종은 현지시간 11일부터 즉시 거래가 가능할 예정이다.
이미 비트코인 ETF 승인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상장을 확신한 시장에서는 큰 시세 변동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주 들어 지난 8일까지 약 6% 상승한 비트코인 시세는 미 SEC의 상장 승인 발표 이후로도 6000만원대 초반 시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그러나 상장이 이뤄지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관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할 경우 단기 반등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오는 4월 비트코인 반감기가 예정됐고, 5월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연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상장 초기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실수요가 저조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결국 ETF의 출현 자체가 헤지펀드, 연기금, 독립투자자문사 등 제도권 대규모 자본 유입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5월에는 시총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국내 ‘비트코인 관련주’로 불리는 종목들도 이날 강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의 운영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위지트의 주가가 나란히 상한가를 쳤으며, 티사이언티픽도 20% 이상 급등했다.
◇ 국산 비트코인 현물 ETF "시기상조"
투자자들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단기간 내에는 국산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세다. 당장 자본시장법·세법 등의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데다가, 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제한되고 있어, 이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상품이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가격 상·하한선을 도입해야만 당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온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ETF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 준비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기 꺼리는 모습이다. 그나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북미 법인 글로벌엑스(Global X)가 현지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미칠 여파가 크기 때문에 사전에 당국에서 신호를 주기 전까지는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당국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ETF 운용사들을 상대로 충분한 수요 조사를 거친 후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상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선물 ETF’ 출시 가능성이 더 높아
단 비트코인 현물보다는 선물에 투자하는 ETF 등장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미국 현지에서도 다양한 선물 ETF가 나왔던 만큼, 국내 가상자산 관련 ETF 경쟁의 시작은 선물 ETF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만큼 실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적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에서도 홍콩법인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를 출시한 경험이 존재한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하나의 위험 자산,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변동 폭을 보면서 비트코인 ETF가 투자자산으로서 어느 정도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할 시기가 됐다"고 언급한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김성훈 한화투자증권 ETF 본부장은 "국내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언제 나올지에 대해서는 제도의 확립, 규정 개선, 기관 간 합의 등이 필요하다"며 "단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ETF 시장의 성장성이 확대되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