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제3지대 통합 논의는 귀성길 국민들을 4개 세력으로 배웅해 귀경길 사실상 1개당으로 맞이하게 될 만큼 급박하게 이뤄졌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정치세력은 설 연휴 첫날인 9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신당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당명은 개혁신당,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다. 최고위원은 4개 세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총선을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맡기로 했다.
통합신당 합당대회는 연휴 직후 조속한 시일 내에 열 계획이다.
이런 합의는 며칠 전 입장 뿐 아니라 당장 이날 오전 모습에서도 급격하게 진전된 논의다.
이들 세력들은 이틀 전인 지난 7일 빠른 시일 내 합당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일단 총선에 나설 후보들부터 정리하기 위한 통합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후 이날 아침까지도 각기 다른 세력으로 만나 서울 용산역 앞에서 아침 합동 귀성인사를 했다.
분위기가 '급 반전'된 것은 귀성인사를 마친 뒤 회의를 통해서다. 결정적 계기는 이준석계에 당명을 양보한 이낙연 공동대표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통합은 이낙연 전 총리님의 큰 결단으로 많은 쟁점이 해소됐다"며 “사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도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 시간이 계속 늦춰진 이유는 당명 결정과 관련돼 있다"며 “이낙연 공동대표의 통 큰 양보와 결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합의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 규합'과 '지지율 확보'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당 세력은 당초 각자 출신 정당에서 탈당해 합류할 의원들이 적잖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양당 경선 레이스 시작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도 이런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현행법 상 의원들이 자당 경선에 참여한 뒤 패배하면 탈당 출마 등이 금지된다.
따라서 현재까지 발표된 경선 룰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가시적이지 않다면, 향후 신당에 참여할 의원들 역시 '극소수' 컷오프 의원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현역 의원에도 경선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는 '시스템 공천'을 천명하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컷오프로 인해 경선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한 소수 의원들의 경우라도, 현재 지지율 상황에서는 신당 행이 무소속 출마 보다 낫다고 장담키 어렵다.
제3 세력들이 통합 공관위를 꾸리겠다고 했던 지난 7일 발표된 메트릭스 정례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 소속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준석 대표 중심 개혁신당은 4%, 이낙연 대표 중심 새로운미래(조사 명칭은 개혁미래당)은 1%를 얻었다.
이는 양당 뿐 아니라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 13%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만일 차기 총선 정당 득표율이 이 수치와 유사하다면 양당과의 경쟁은 고사하고 비례대표 획득을 통한 원내 진입(정당 득표율 3%이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조사는 연합뉴스·연합뉴스TV 공동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