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발전 입찰, 가격경쟁력 높은 가스·석탄발전 유리
연료전지 업계 “탄소중립 시대에 석탄발전 수명 연장 우려”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 일반수소발전은 연료전지 유리”
올해 총 7800GWh의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열리지만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찬바람만 불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싹쓸이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발전은 수소를 혼합해 발전하면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연료전지 업계는 명색이 수소발전 입찰시장인데 석탄한테까지 시장을 뺏긴다는 게 말이 되냐며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1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과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HPS)을 개시할 예정이다. 입찰물량은 청정수소발전 6500GWh, 일반수소발전 1300GWh이다.
일반수소발전 입찰물량은 용량으로 약 200MW이다. 국내 대표적 연료전지 제조사인 두산퓨얼셀과 블룸SK퓨얼셀의 연간 생산량이 각각 280MW, 120MW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부족한 물량이다.
그래서 연료전지 업계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찰 계획이 발표되면서 기대는 크게 꺾이고 말았다.
업계에 따르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는 가스발전과 석탄발전도 참여가 가능하다. 두 발전원은 각각 수소와 암모니아를 20% 이상 혼합해 발전하는 혼소발전이 가능한데, 이를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수소 혼소량만큼 발전량을 청정수소발전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연료전지는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려 수주가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 혼소가 가능한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은 신규가 아닌 이미 설치된 발전소이고, 송전망도 모두 구축돼 있으며, 여기에 정부의 실증지원사업으로 저장탱크 등 연료 공급 인프라까지 구축 완료한 상태"라며 “이에 비해 연료전지는 신규 설치를 해야 하고, 연료 공급 인프라도 자비로 구축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스발전, 석탄발전과 경쟁이 되겠나. 기울어도 한참 기운 운동장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한 불만을 보였다.
게다가 일반수소발전과 달리 청정수소발전 입찰의 평가 항목에는 연료전지에 유리한 수요지 인근 여부와 분산전원 특성에 대한 평가도 없다. 연료전지는 소규모 용량으로 비교적 적은 면적에서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건물이나 공장 인근에 설치해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송전망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이 크게 필요없다. 이 때문에 정부과 국회에서도 분산에너지특별법 등을 통해 장려하고 있는 발전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석탄은 하루 빨리 지양해야 할 고탄소 에너지원이다. 명색이 수소발전 입찰시장인데 연료전지가 석탄발전에 밀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석탄발전이 청정수소발전으로 인해 수명이 연장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료전지에 특혜를 줘선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석탄발전이라도 수소 혼소량만큼 탄소 배출 감소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무조건 석탄이라고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며 “그동안 연료전지는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 왔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는 별도 특혜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요즘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측면에서는 연료전지가 불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연료전지가 자구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는 연료전지가 가장 유리하다. 연 200MW 용량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