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부진에 무너진 순이익 1조원…예실차 발목잡아
현대해상, 올해 실손 악화 상쇄할 CSM 제고 예상
현대해상이 IFRS17도입 후 첫 연간성적표를 받아든 결과 전년보다 37% 하락한 수준의 실적을 나타냈다. 자동차보험 판매와 투자손익에서 선방했지만 장기보험손익으로 인한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순익 37.1% 감소, 장기·일반보험 손익악화가 주범
25일 현대해상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7.1% 감소한 8057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42.4% 감소한 1조264억을 기록했다. 보험손익은 5265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61.2% 줄었다.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9조787억으로 전년도 말 대비 9.1% 성장했다. 투자손익은 495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5% 늘며 선방했다. 국내외 채권자산 처분과 주식 비중 상향 등 전략적 자산운용의 결과로 해석된다. 킥스비율은 173.2%로 전년 동기 대비 1.4%P 하락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분기(2894억원) 대비 93.3%가량 하락하며 연간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손익변동요인으로 가장 크게 작용한 장기보험의 보험손익은 248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7.2% 감소했다. CSM 상각수익은 1조7000억원 증가했지만 독감 및 호흡기질환 증가에 따라 실손보험금 손해액 상승으로 예실차 관련 손실이 2조6000억원 발생했다. 아울러 4분기 손실부담관련비용이 4조8000억원을 인식해 장기보험 부문 실적 악화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반보험 보험손익은 전년동기 보다 18.3% 감소한 764억원을 기록했다. 대형화재사고 발생과 고액사고 증가에 따른 재보험비용 상승에서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2012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대책 등 제도개선 효과와 계절성 감소로 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이번 결과는 손보업계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대다수 회사는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직전해의 전체 실적규모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에 계절적 요인이나 일회성 요인 등 대규모 순손실만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역대급 실적 달성이 확실시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었다.
다만, 이번 실적감소는 예실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일회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해석된다.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현대해상은 독감 증가 등 실손 손해액 상승으로 인해 당초 회사가 예상한 손해보다 실제 손해가 커지면서 장기보험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더불어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계리적 가정을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손실부담관련비용이 인식되자 악화폭을 키웠다. 예실차 등으로 인식한 비용은 7400억원이다.
삼성·메리츠 웃었는데…올해 인보험 매출 확대 예상
현대해상의 이번 성적은 국내 5대 손해보험사인 이른바 '빅5'가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어 더욱 뼈아프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8216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2조3572억원과 29조8247억원으로 각각 15.3%, 6.2% 성장했다. 특히 세전이익이 전년보다 11.7% 상승하며 2조4466억원을 시현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574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5.2% 늘어나며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익은 10조8617억원과 2조1171억원으로 각각 13.2%, 23.6% 증가했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도 직전해인 2022년 대비 35.1% 상승했다. 앞서 순손실을 기록한 롯데손보도 흑자전환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한화손해보험도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한 2907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5367억원으로 전년보다 21.1%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조167억원으로 21.8% 줄었다. 괌과 하와이에서 발생한 자연자해 등으로 손해가 증가한 영향이다. 손실부담 비용이 늘어나면서 장기보험 손익도 하락했다. 다만, CSM잔액은 12조원 규모로 삼성화재(13조3000억원)·메리츠화재(10조47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현대해상이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까닭에 예실차가 발목을 잡은 만큼 올해 실손을 상쇄할 매출확대와 CSM 제고를 가장 큰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이를 위해 연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CSM 전략 TF를 신설했다. 아울러 CSM이 우량한 상품 중심 인보험 매출 확대에 팔을 걷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