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4분기 연속 흑자, 국제유가, smp도 계속하락세라 전기요금 인상 명분 약화
한전 “누적적자에 부채 여전…지난해 다 올리지 못한 기준연료비 등 인상 필요” 입장
산업부 난색에 당정, 큰 관심 없어…총선까지는 인상 가능성 사실상 제로
전문가들 “근본 구조 바꾸지 않으면 위기 반복...시장원칙 작동하는 전력시장 만들어야”
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의 숙원인 45조원 누적적자 해소와 전기요금 정상화가 멀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간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하반기에는 흑자를 기록해 전기요금 인상 명분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26일 정부와 에너지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한전의 전기요금 기준연료비와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지난해 말 채권발행한도 초과가 임박하자 정부에 기준연료비를 킬로와트시(kWh)당 최소 25.9인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대신 발전자회사들에 중간배당을 받아 재무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4조 56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8조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부터 국제연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적자 폭이 줄었다. 2021년 5조 8465억원, 2022년 32조 634억원의 영업손실에 비하면 최근 3년 간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다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하반기 흑자는 일시적인 국제연료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것일 뿐 근본적인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력시장과 요금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적어도 상반기에는 전기요금이 오를 일은 없어 보이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가 여전히 45조 원을 넘는 만큼 하반기에는 다시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자회사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총 채권발행액이 한전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송배전망 확충 등 향후 필요한 신규 투자 비용을 고려한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년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전기요금은 kWh당 총 40원이 올랐으며, 2023년 11월에는 산업용 일부에 대해 10.6원 인상한 바 있다. 누적 부채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의 자금난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필요한 인상 수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요금 인상 폭을 기록했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해 쉽게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한전은 4월 총선 이후 기존 자구노력 이행과 동시에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한전 측은 “국제유가 등 연료 가격 안정화 추세에 따라 경영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며 “비핵심 자산매각 등 재정 건전화 계획을 이행하고, 자회사 중간 배당을 통해 사채발행 한도 위기를 돌파해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서는 여전히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재무 위기 상황극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답답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연료비연동제의 정상적인 적용과 전기요금 산정 체계 등 근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대외적 상황에 따라 한전과 전력시장의 위기는 계속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에라도 정치권이 국정과제로 내세운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 전기요금 규제체계도 선진국 처럼 이원화해 한전이 책임질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산업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비용을 적절히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과 관련한 대부분의 논의는 단순히 요금 인상 폭을 얼마로 할 것이냐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요금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금을 규제하는 전반적인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