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뒷걸음질 친 카드사들, 배당 규모는 전년 수준…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05 08:50

신한·롯데, 전년보다 배당액수 늘려…업계 전반 배당성향은 유지

금융지주 카드사들, 순이익 하락에도 전년수준 배당성향 나타내

국내 카드사들 대다수가 순이익은 줄었지만  배당성향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카드사들 대다수가 순이익은 줄었지만 배당성향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저하를 기록했지만 전체 배당 규모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순이익은 줄었지만 다수 카드사가 배당성향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결과로 해석된다. 카드사들은 재정건전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했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업계 총배당금 규모 전년과 비슷…이익 줄어도 배당성향은 유지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카드)의 배당총액은 1조원을 웃도는 1조497억원이다. 지난해 배당금 총 규모인 1조526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배당금 기준 지난해와 비교해 규모를 확대한 곳은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다. 신한카드는 올해 배당금 총액을 3104억원으로 결정했다. 직전년 2566억원 대비 21% 증가한 액수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660억원에서 올해 780억원으로 18.2% 늘렸다. 삼성카드는 순이익 하락에도 배당금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2667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개별 배당금 규모를 살펴보면 액수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배당성향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특징을 나타내기도 했다. 배당금만 보면 △비씨카드(59.5% 축소) △우리카드(46.2% 축소) △현대카드(12.3% 축소) △하나카드 12.7%(축소) △국민카드 (7.3% 축소)가 줄어들었다. 반면 삼성카드(42.8%→43.7%), 국민카드(52.2%→52.7%), 우리카드(19.9%→19.6%) 등 3곳 카드사는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성향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카드(39.8%→50.0%)도 배당성향은 지난해보다 10% 가량 상승했다.




배당성향이 낮아진 곳도 있다. 롯데카드의 경우 배당총액은 늘었지만 배당성향은 작년보다 5.2%P 낮아진 20.8%를 기록했다. 비씨카드는 전년 대비 4.5% 하락한 10.4%의 배당성향을 결정하며 배당액이 6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배당액수나 성향을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것은 순이익이 감소한 카드사들로선 사실상 배당을 늘린 것이나 다름 없다. 카드사들이 최근 밝힌 지난해 연간실적에 따르면 다수 카드사가 지난해 조달비용 부담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황 악화로 인해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신한카드 6206억원(-3.2%) △삼성카드 6094억원(-2.1%) △KB국민카드 3511억원(-7.3%) △하나카드 1710억원(-10.9%) △우리카드 1120억원(-45.3%) △비씨카드 632억원(-41.6%)을 기록하는 등 대다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 배당성향 '고정'…최대주주 눈치도


특히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계열 4개 카드사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신한·국민·하나·우리카드는 배당성향으로 각각 50%, 52.8%, 28%, 19.8%를 책정했다. 국민카드의 경우 배당총액이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이들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배당액수에 따라 지주기여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4개 카드사의 배당금은 각각 3104억원, 1853억원, 480억원, 220억원이었다. 금융지주 카드사들의 배당금은 최대주주인 지주사에게 돌아간다.


대다수 카드사들은 손실흡수능력을 키워놓았기에 배당성향 유지나 배당액 증가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권에선 지난 2022년부터 기준금리 상승으로 업황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신한카드는 전년보다 57.4% 증가한 8826억원을,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도 7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일각에선 배당금 대부분이 사실상 최대주주에게 돌아가면서 자회사인 카드사들이 배당정책을 자유롭게 취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순이익 등 실적을 보고 배당금을 결정하지만 최대주주에 귀속된 구조이기에 정책 수립에 있어 배당을 안하거나 줄이기는 어렵다"며 “지주사의 주주환원 정책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중채무자와 중·저신용 고객 비중이 높은 카드업권 특성상 올해도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비용이 개선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연체로 인한 건전성 리스크나 부실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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