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악재’ 고령층 증가 소비흡수 활로 모색
대상·CJ제일제당, 자회사 기반 매출 확대 주력
농심·hy·빙그레, 다각화 주력 종합식품사 도약
인삼공사, 홍삼제품 침체에 MZ세대 확장 대응
'건강관리식품'이 식품업계의 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위기에 봉착하면서 타개책으로 삼아 신사업까지 연결 짓는 추세다. 식품업계가 잇따라 미래 먹거리로 건강기능식품을 낙점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연령대로 건강관리 붐이 확산되면서 수혜를 입는 등 매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흐름이 다양화됨에 따라 정부가 관련 규제 해소를 통한 산업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치열한 경쟁 속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시장 현안과 전망, 기업들의 미래 사업 전략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한, 두 해 된 이슈가 아니다. 소비인구 변동에 민감한 식품업계 특성상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과 확대에 매달려 왔다.
신사업의 하나인 건강기능식품에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눈을 돌리면서 건기식은 일상 소비재로서 존재감을 날로 키우고 있다. 건기식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 가치도 높아지고, 기존 식품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실제로 건기식을 미래 캐시카우로 키운다는 공통 목표를 내건 식품사들은 자체 전문기업 출범, 유망기업 인수합병(M&A), 신제품 개발 등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사업전개 방식 또한 다양하다.
◇자회사 앞세워 신제품 개발 집중
먼저, 일찌감치 건기식 시장을 눈 여겨 본 종합식품기업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지난 2002년 'CJ뉴트라'를 시작으로 건기식 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은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2022년 기존 건강사업부에서 분할된 건기식 전문기업 'CJ웰케어'가 발판이 됐다.
내년까지 업계 선두권에 오른다는 목표로 기존 CJ제일제당의 자체 배양·생산한 개별인정형 피부유산균(CJLP133), 장유산균(CJLP243) 등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존 유산균 브랜드를 '바이오코어'로 리뉴얼하면서 고함량 제품 등을 선보이며 그해 말 누적 매출 3000억원을 넘는 성과도 거뒀다. 올 들어서도 운동수행능력 기능성 유산균(TWK10)을 함유한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연내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관련 유산균 연구를 거쳐 '여행용 유산균' 제품도 출시 예정돼 있는 등 신제품 공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이보다 한발 앞선 2017년 10월 자회사 '대상라이프사이언스'를 출범시키고 건기식 시장으로 뜀발질했다. 2018년 491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1000억원대, 2022년 2000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도 보이고 있다. 환자용 균형 영양식 브랜드 '뉴케어'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마이밀·웰라이프 등 프로틴·아르기닌 전용 브랜드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매출 호조와 함께 2022년 10월부터는 대상웰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하고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선보인 뉴케어 '관절플랜' 2종과 같이 생애주기별·기능별 건기식 제품을 꾸준히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풀무원은 계열사인 풀무원녹즙과 풀무원건강생활 중심으로 건기식 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다. 정제 형태의 건기식과 액상(일반식품)을 담은 융복합 건기식과 함께 개인 맞춤형 건기식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021년 말 1호 제품(간 건강 건기식+유기농 명일엽 녹즙)으로 시장 포문을 연 풀무원녹즙은 6호(멀티비타민 건기식+24가지 채소·과일 녹즙)까지 빠르게 제품군을 넓히면서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다.
맞춤형 건기식 사업의 경우 2020년 풀무원건강생활이 추천·판매 특례 1호 기업으로 선정되며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0년 7월 첫 선보인 개인 맞춤형 건기식 브랜드 '퍼팩(Per Pack)'이 대표 사업이다. 회사 소속 영양사와의 면담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기식을 추천하고, 하루 한 팩씩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의존도 줄여라"…라면·유업체, 활로 모색
단일 품목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꼽히는 라면·유업체도 건기식을 발판으로 숨통을 틔우고 있다.
농심은 2020년 3월 출시한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70%를 견인하는 콜라겐을 이을 프로바이오틱스·오메가3·락토페린·관절 건기식 등 신규 분야 제품을 줄곧 선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850억원의 매출을 낸 가운데 오는 2028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기회도 모색 중이다. 농심은 주문자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모든 라이필 제품을 제조해오고 있으나, 생산 설비가 부재해 성장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22년 건기식 전문업체 '천호엔케어'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매각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다만, 올 초 신년사에서 이병학 대표이사가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솔루션을 포함해 등 농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한다"면서 “M&A와 스타트업 투자 및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만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유 소비 인구가 줄면서 고심이 깊어진 유업계도 건기식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hy는 멘탈 헬스케어 브랜드 '쉼'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쉼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테아닌'·수면건강을 돕는 '아쉬아간다 추출물' 등의 개별인정형 원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말까지 쉼 2종(스트레스케어 쉼·수면케어 쉼) 판매량은 약 2350만개로 당초 목표였던 2500개 근사치에 도달했다. 기세에 힘입어 기존 윌(위 건강)·쿠퍼스(간 건강)·엠프로(장 건강)을 잇는 매출 1000억원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빙그레도 2019년 건강 지향 통합 브랜드 'tft'로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비바시티(여성)'·'마노플랜(남성)' 등 성별별 건강 전문 브랜드와 단백질 브랜드 '더단백' 등 하위 브랜드를 늘려왔다. 최근에도 견강보조식품·단백질우유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프롬 비타', 피로회복 음료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리렉스' 등의 상표를 각각 출원하는 등 제품군 확대에 힘쏟고 있다.
◇홍삼 지위 흔들…“젊어져야 산다"
건기식 시장 외형이 커지면서 수요가 분산됨에 따라 개별 식품 기준 1위였던 홍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2019년 1조5939억원이던 홍삼 구매 금액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조167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2위인 종합·단일 비타민은 6369억원에서 942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홍삼 지위를 위협하는 추세다.
홍삼시장이 정체된 만큼 대표 업체인 KGC인삼공사 매출도 수년째 1조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홍삼제품의 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KGC인삼공사는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대~30대 젊은 세대를 노려 기존과 다른 제형 등 제품 타입을 입히는 것이다.
올 들어 자체 홍삼 브랜드인 수제약과가 대표 사례다. 전통약과에 홍삼과 벌꿀 등을 적용한 제품으로,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11월 출시한 '홍삼양갱 프리미엄'의 연장선이다. 당시 홍삼양갱은 출시 한 달 만에 초도 물량 1만개가 전량 소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11월 출시한 '찐생홍삼구미'도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전략이다. 출시 당시 “물 없이 섭취할 수 있는 구미젤리 제형"이라며 “한입에 먹기 좋고 새콤달콤한 포도맛으로 홍삼 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인삼공사가 내세운 장점이었다. '찐생홍삼구미'는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출시 80일 만에 100만개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