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말하는 위치…이준석·장예찬·김용태, 벼락 맞은 ‘보수 삼대남’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8 19:30
김용태 국민의힘 포천·가평 후보.연합뉴스

▲김용태 국민의힘 포천·가평 후보.연합뉴스

지난 총선 이후 보수 정당에서 점차 대두된 '30대 남성' 정치인들 입지가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양새다. 이준석·김용태·장예찬 등 당 지도부 출신 인물군이 정계 흐름에 따라 이전과 전혀 다른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18일 기준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 경기 포천·가평 공천을 확정한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비교적 안정권인 가운데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위태로운 양상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 체제' 국민의힘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지내 '이준석 키즈'라는 꼬리표를 얻었고, 직전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에서도 이준석계 후보군(천아용인)으로 나서 인지도를 올렸다.



그러나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이탈, 국민의힘 잔류를 택한 뒤 포천·가평 공천에 도전했다.


애초 당내 선거인 전대에서 좋지 못한 성적표를 거둔 김 전 최고위원이 이준석계 당원들 지지까지 잃고 당 '텃밭' 포천·가평 공천장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최고위원은 권신일 후보와 두 차례 경선을 통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전날 최종 승리했다. 용산 출신 후보들이나 친윤계 의원들 상당수가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비윤계 청년이 5자 구도 '텃밭 경쟁'을 뚫고 공천을 받은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경선을 치르느라 비교적 늦게 본선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지역 보수색이 워낙 짙어 불리한 구도로 보기는 어렵다.




리얼미터가 포천신문 의뢰로 지난달 21~22일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주민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52.2%로 더불어민주당(28.6%)에 더블 스코어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포천·가평은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였던 김영우 전 의원이 62.2%를 득표,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25%p가량 벌린 곳이다. 민주당이 수도권 대승을 기반으로 180석을 얻은 21대 총선 역시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최춘식 의원이 과반이 넘는 50.2%를 득표했었다.


만일 김 전 최고위원이 이번 총선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이준석계와 친윤계 일부 청년들 '공백'을 파고들어 2030 남성 지지층을 상징하는 대표 인사로 부상할 공산도 적지 않다.


반면, 국민의힘 탈당 출마를 택한 장예찬 전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는 힘겨운 싸움을 치르게 됐다. 다만 '보수 강세' 지역에 나선 장 전 최고위원이 '진보 텃밭'에 출마한 이 대표 보다는 '구도'에서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공천 취소 이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연합뉴스

▲공천 취소 이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연합뉴스

막말 논란으로 수영구 공천이 취소된 장 전 최고위원은 이날 회견을 열고 “무소속으로 제22대 총선에 출마해 승리한 뒤 (국민의힘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대 시절의 말실수가 부끄럽지만, 수영구 주민과 당원들의 선택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며 “수영구 주민들께서 저의 진심을 다 바친 사과와 반성을 받아주시고 방송과 공적 활동으로 달라진 모습,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렸던 30대의 장예찬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가장 앞장서 공격한 죄라면, 이준석 대표의 만행을 두고 보지 않고 싸웠던 죄라면 얼마든지 감내하겠지만, 서서 죽을지언정 무릎 꿇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전 최고위원 무소속 출마는 이 지역 현역인 전봉민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섰던 경험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부산MBC·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8~9일 실시한 조사(응답률 6.6%, 표본 510명, 오차 95% 신뢰수준에 ±4.3%)에서 장 전 최고위원은 54.2% 지지율을 얻어 유동철 민주당 후보(30.9%)를 23.3% 격차로 눌렀다.


이는 무소속 장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쟁에서 기존 지지율 대부분을 사수한다면 당선권을 노려볼 수 있는 지표다.


또 그가 당선 뒤 국민의힘 복당을 선언한 만큼 지지율 추이에 따라 '후보 단일화' 카드도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두 후보 모두 단일화 없이 완주할 경우 지지율 분산에 따라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 장 전 최고위원 '복귀 경로'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동탄호수공원에서 화성을 출마 선언을 하던 모습.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동탄호수공원에서 화성을 출마 선언을 하던 모습.연합뉴스

이들 가운데 가장 '입지전적' 인물로 꼽혔던 이준석 대표는 모순적이게도 제일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개혁신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주요 인사들 지지율이 당선권에서 먼 가운데, 대표 본인 역시 '대세'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5~16일 한길리서치가 경인방송·인천일보 의뢰로 화성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률은 6.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공영운 민주당 후보는 46.2%, 이 대표는 23.1%,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는 20.1%를 차지했다.


이 대표 지지율은 타 인물군에 비해 자당 지지율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1위 후보와는 '더블 스코어' 격차를 보여, 2~3위 후보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더라도 승리를 말하기 어려운 수치다.


특히 공 후보 지지율이 '범 민주' 정당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라, 격차를 좁히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사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41.8%, 조국혁신당은 11.0%를 얻어 도합 52.8%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4.4%로 한 후보와 유사했고, 개혁신당은 10.5%를 얻었다.


이는 개혁신당 지지율을 벗어난 이 대표 지지율이 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이 대표가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서더라도, 1위 후보를 추격할 시너지보다는 국민의힘·민주당 지지층 양쪽에서 지지율이 이탈할 공산이 큰 셈이다.


개혁신당이 이 대표까지 낙선한 뒤 한 자릿수 의석을 성적표로 받게 된다면 차기 지선이나 대선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보일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이 경우 당이 '소멸' 국면에 들어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 당적을 옮긴 이 대표로서는 40대 초입에 정계 은퇴까지 고려하게 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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