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라던 2030 게이머, 4·10 총선에선 ‘뒷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3 14:34

수출 효자 게임산업, 진흥책은 쏙 빼고 이용자 보호에 치중
e스포츠 지원·불법프로그램 이용자 처벌 등 선심성 공약만
이상헌·하태경·류호정 등 親게임 인사 국회 입성도 ‘빨간불’

수출 효자로 꼽히는 게임 산업이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공약에선 자취를 감췄다. 지난 대선 2030 게이머가 캐스팅 보트로 떠오르며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게임 관련 공약을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은 모두 K-콘텐츠 산업 육성을 공약에 담았다. K팝을 비롯해 웹툰, 뉴미디어, 영상 등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그런데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60%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게임 산업은 찬밥 신세다. 게임 관련 공약이 전혀 없진 않지만 핵심은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 산업 총 수출액은 약 53억8597만달러(약 7조2624억원)로 추정되며,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이 중 게임 수출액이 약 34억4600만달러(약 4조6465억원)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의 6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게임산업 진흥책은 쏙 빠졌고, e-스포츠 육성이나 게임중독 근거법 개정, 인디게임 플랫폼 활성화, 핵(불법프로그램) 처벌 강화 등 이용자 권익에만 치중된 선심성 공약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대선과 비교해 지역구 선거에선 2030 게이머 세대가 당락을 좌우할 만한 핵심 공략층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 동탄 등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하고 선거에 관심도가 덜한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주 공략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1~2% 차이가 큰 의미를 차지하는 대선과 지역구 선거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친(親)게임 의원이 대거 사라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주도했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입후보했으며, 사행성 게임 분리,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등에 앞장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경선에서 탈락했다. 개혁신당으로 거취를 옮긴 류호정 전 의원은 경기 분당갑 출마를 준비했으나, 후보 등록 포기를 선언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속됐던 '게임 패싱' 우려가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지점이다. 최근 글로벌 게임산업은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도 인력 감축, 인수 합병 등을 진행 중이며, 국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 국내 게임사 중 넥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게임사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 시행,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추진 등 진흥보단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망 산업인 e-스포츠 육성에 치중한 점은 젊은 유권층 표심 잡기에 유리한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이용자 권익 보호도 좋지만 산업 진흥책도 뒷받침돼야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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