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눈치싸움’ 초주선행 알면 경륜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5 09:19
광명스피돔에서 파란색 경기복을 입은 4번 선수 초주 선행

▲광명스피돔에서 파란색 경기복을 입은 4번 선수 초주 선행.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륜에서 4번을 배정받은 선수는 출발 총성과 동시에 대열 선두에 위치해 다른 선수가 본인 앞으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위치 변경 없이 앞서 주도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이를 초주 선행이라고 하는데, 체력 안배와 치고 나설 타이밍이 중요한 경륜 경주에서 선두 주도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4번을 배정받으면 강자라고 하더라도 한숨부터 나온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주 선행이 반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자리가 될 때가 있고, 반대로 독이 될 때도 있다.




먼저 초주 선행이 반전 기회가 된 경우다. 어떤 선수가 초주를 배정받느냐에 따라 앞쪽과 뒤쪽 줄서기 가늠자가 되기도 하고, 또한 초주 앞으로 들어가는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때도 있고, 오히려 초주 선행이 승부 주도권을 쥘 때가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볼 수 없던 4번 선수 앞으로 선수들이 줄줄이 들어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주를 흔히 볼 수 있다.


3월24일 광명 1경주에서 인기 순위 5위였던 안성민(7기, B2, 금정)이 4번을 배정받아 초주 선행을 했지만 유연종(14기, B2, 대전 도안)이 앞으로 들어와 힘껏 끌어준 끝에 안성민이 깜짝 이변을 일으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다음 경주였던 광명 2경주에서도 인기 순위 5위였던 이근우(15기, B3, 청평)가 4번을 배정받았지만 배석현(26기, B2, 세종)이란 선행 강자 뒤를 따라가며 3위를 차지한 경우도 있다.



초주 선행을 이용해 줄서기를 방해하는 작전도 눈에 띈다. 3월8일 광명 6경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작전이 펼쳐졌다. 김지광(20기, A1, 인천 검단)이 초주 선행하는 선수 뒤에 자리 잡고 있다가 앞서가려는 선수를 계속 막아내며 원하는 줄서기를 방해했고, 결국 이 작전이 통해 김지광은 젖히기로 우승을 차지하며 결승 경주까지 진출했다.


김지광 경륜선수(20기, A1, 인천 검단)

▲김지광 경륜선수(20기, A1, 인천 검단).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안성민 경륜선수(7기, B2, 금정)

▲안성민 경륜선수(7기, B2, 금정).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반면 초주 선행이 독이 되는 경주는 대부분 일요일 경주에서 나타난다. 강자가 빠진 편성이라 대부분 인지도 높은 선수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초주를 배정받으면 최근에는 이를 해제시켜 주기보다는 그 뒤에서 줄 서는 모습이 나타난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올해부터 달라진 득점체계가 있다. 일요일 경주라도 우승하면 득점이 크게 높아진다. 따라서 강자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초주 선행이 해제된다는 맹신은 금물이다.




경륜 전문가들은 “최근 경륜 경주에서 초주 선행을 배정받은 선수로부터 줄서기가 이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떤 선수가 초주 선행을 배정받았는지는 경주 추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부터 바뀐 득점체계로 인해 선수 간 가열된 경주양상이 대부분이라 축 선수가 초주 선행이라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이 한 번쯤은 해제될지 의심해 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근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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