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보험’ 힘주는 삼성생명에 업계 예의주시…업권간 긴장감도 격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7 10:25

에이스, 업계 평균 웃도는 치아 보장 제시
삼성생명도 치아보험 보장 강화해 ‘맞불’

제3보험 내 업권간 경쟁 격화될 듯
업계 “불완전판매·손해율 리스크 우려”

보험업계는 올 들어 제3보험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올 들어 제3보험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건강보험 등 제3보험시장으로 보험사들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치아보험에 본격 뛰어들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들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업권간 경계가 본격 허물어지는 가운데 긴장감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손해보험은 지난달 출시한 '미래든든 치아안심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20% 인하하고 가입연령은 20세에서 70세로 확대했다. 금감원이 치아보철물 수리와 관련해선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보장에 포함했다. 치과치료 빈도가 높은 소비자층을 겨냥하기 위해 가입 연령을 낮추고 타사 상품 대비 보장금액은 4~5배로 책정하며 시장 점유를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치아보험 누적 가입자수가 300만명에 이르는 라이나생명은 앞니나 송곳니 등 전치부 치료 시 크라운과 임플란트를 추가 보장하는 신규 특약을 이달 출시하며 경쟁 대비에 나섰다.



삼성생명도 이달 들어 치아보험상품의 보장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 확대에 나섰다. 표준형 기준 20세 남성 3만원 수준으로 가입이 가능하며 발치 42만원, 임플란트 100만원 등 업계 평균 대비 높은 보장액을 제시했다.


삼성생명은 기존 종신보험에서 건강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에 들어갔다. 연간 3조원의 신계약서비스마진(CSM)을 목표로 내걸며 사실상 건강보험을 통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암 진단, 치료 보장을 대폭 확대한 '다모은 건강보험 S2'를 출시해 건강보험 포트폴리오 확장에 팔을 걷었다. 올해 초부터는 제3보험 상품군에 특별 추가 시책을 지급하며 상품 판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대형사가 제3보험서 몸집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격 업권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치아보험에 삼성생명이 들어가고 존재감을 키우는 건 발생가능한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쟁 범위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의 제3보험에 대한 겸영이 허용된 것은 20여년이 경과했지만 손보사들의 시장장악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기존 손보사 영역이던 제3보험 시장에서 본격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자 성장세 둔화에 직면해 제3보험을 새로운 격전지로 공략하는 추세다.




제3보험은 질병이나 상해 또는 그로 인한 간병 계약 등의 보험을 의미한다. 치매, 어린이, 실손 등을 포함한다. 다만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높아 쉽게 뛰어들기 어렵고, 저출산 등으로 인해 어린이보험에 대한 경쟁도 한풀 꺾인 상태다. 치아보험은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신규 보장 수요를 발굴해 확대하기 좋은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상 보험계약마진(CSM)이 실적을 가르는 주요 지표가 되면서 제3보험 강화 움직임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생보사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으로 손을 뻗으려는 시도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금융당국에 일배책의 판매 허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사들은 제3보험 경험통계를 공유받아 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려는 부분에서도 영역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는 향후 여성과 시니어, 치아 등 특화 보험이 격전지에서 만나게 되면 업권간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타 상품보다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은 제3보험에 대해 회사 간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 불완전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아울러 경쟁을 위해 보장을 무리하게 확대하다보면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는 점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치아보험의 경우 도덕적 해이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며 “보험금 수령 뒤 계약 해지 케이스가 많은데 면책기간이 지난 뒤 치료를 한 번만 받아도 보험료보다 많은 보험금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손해율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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