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인선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장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마평'이 연일 정계를 달구고 있다.
당장 거론되는 인사들은 '원조 친윤'부터 '원조 친문'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된 상황이다.
이에 야권 등 일각에서는 4·10 총선 대패를 맞은 윤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정보를 노출해 여론 반응을 더 신중히 살피는 중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 8일째인 18일까지 대외 행보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겸해 주재한 국무회의 외에는 중동사태 긴급 경제·안보 회의 (14일),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접견(15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 및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통화(17일) 등 필수적 외교·안보 일정만 간간이 진행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대통령실을 중심으로는 총리·비서실장 인선을 둘러싼 각종 정보가 '누수'돼 이목을 끌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신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전 장관 총리설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비서실장설이 '파격'으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이런 설에 선을 긋긴 했지만,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는 해석도 이어진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정상적인 범야권의 분위기를 본다면 그런 제안 받았을 때 화내면서 부인해야지 그분들이 안 받은 것"이라며 “그렇게까지 안 간 거는 내심 기대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국회 전 사무총장도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박영선 장관이고 양정철이고 다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윤석열 부부하고 식사도 같이하고 가깝다고 그런다"고 전했다.
박 전 장관 본인 역시 이날 '해석의 여지'가 넓은 공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며 찰스 디킨스의 역사소설 '두 도시 이야기' 서문을 소개했다.
박 전 장관이 인용한 구절은 '일부 목청 높은 권위자들은 그 시대를 논할 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양극단의 형태로만 그 시대를 평가하려 들었다“ 등이다.
이 대목에서는 △ 양극단 정치 해소를 위해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는 뜻 △ 양극단 정치로 인해 진영 차이로 총리직 수락이 어렵다는 뜻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조율을 통해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는 뜻 등 해석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이 이틀 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장시간 만찬을 갖고 총리·비서실장 인선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무 감각이 있고 충직한 인물, 총리는 야욕이 없고 야당과 소통이 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총리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대통령 최측근 참모 역할인 비서실장에는 친윤계 핵심 중진 장제원 의원을 천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에도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에 '원로 중진'으로 국회에 복귀하는 박지원 민주당 전남 완도·해남·진도 당선인은 YTN에 나와 "아주 좋은 분을 추천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민심이 변심한 사람들을 심판했는데, 과연 국회에서 인준될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장제원 의원은 탄핵 정국 시기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었다. 특히 김한길 위원장은 민주당 출신으로 제3지대 국민의당 등을 거쳐 국민의힘까지 이르렀다.
한편, 박 당선인은 "저한테 (국무총리를) 추천하라고 하면, 여당 내에서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어떨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때 이재오 당시 정무장관이 저에게 와서 '야당에서 총리를 추천해보라'고 해서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을 추천해 성공적인 총리가 됐다“고 말했다.
야권에서 국무총리 후보로 특정 여권 인사를 거명한 건 박 당선인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