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코리아에너지터미널 대표이사 현장 인터뷰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작, 여수 이어 울산 사업 완공
태평양 거래 확대, 남중국해 위험으로 싱가포르 한계
일본보다 지진 위험 없고, 대형선박 접안 가능 천혜 환경
한국석유공사와 SK가스가 출자해 설립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의 동북아 에너지 허브 기지가 첫 카고물량을 입고하면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우선 석유제품 17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오일탱크 12기가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고, 액화천연가스(LNG) 405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LNG탱크 3기 가운데 2기는 오는 6월 완공되고 1기는 추후 완공될 예정이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및 일본 에네오스와 시설이용계약을 맺었으며, 지난 18일 토탈에너지스의 나프타 12만5000배럴 물량이 첫 입고되면서 관련 기념식도 열렸다.
기념식에서 만난 박현규 코리아에너지터미널 대표는 “본 사업의 명칭인 동북아 에너지 허브 사업은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돼서 지금까지 추진됐다. 사업은 2단계로 나눠지는데 1단계로 여수에 오일허브코리아(OKYC)가 850만배럴 저장시설을 구축해 2014년부터 운영 중이고, 2단계로 2019년부터 울산 북항사업이 시작돼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와 금융 거래와 관련한 규제까지 해소되면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에너지 물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허브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역에서 석유 수요가 가장 많은 동북아 지역과 석유가 가장 많이 생산 및 수출되는 중동 지역의 중간 지점이란 장점을 활용해 1995년부터 국가적으로 에너지 허브 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석유정제시설 하루 150만배럴 및 1억3500만배럴 저장시설, LNG 연 960만톤 및 바이오연료 14만톤 등의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한계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에너지 최대 수요처는 동북아 지역이고, 북미 등 태평양 국가들과의 물류도 늘고 있어 동북아 지역 내 새로운 허브기지 구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대만,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도 고조되면서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남중국해를 거쳐야 하는 싱가포르 에너지 허브 기지에 대한 우려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수급 중단 위험이 있었는데 지금은 미국, 유럽, 러시아에서도 에너지를 들여 올 수 있기 때문에 수급 중단 위험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다. 동북아 에너지허브를 통해 그런 부분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그 중에서도 울산이 에너지 허브기지로 유리한 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자연환경적 측면과 석유화학단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일본은 지진 및 해일 위험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일본 석유저장시설 피해가 커 한국에서 등유 등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그에 비해 한국은 아주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장시설의 내진 설계도 원전 수준의 최고 등급인 규모 7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은 항만 조건이 아주 좋다.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같은 큰 선박이 접안하려면 수심 25미터 이상이 필요한데, 중국과 일본은 우리에 비해 불리하다"며 “석유공사가 갖고 있는 비축기지도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대용량 저장시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청, 국세청과 함께 올해 1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종합보세구역에 반출 시에 관세·부가가치세·수입부과금 환급이 즉시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국제 트레이더사들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제품을 혼합(블렌딩)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동북아 에너지허브 사업은 당초 울산 남항에도 석유제품 160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흐름을 반영해 이를 암모니아 등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기념식에 참석한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울산은 에너지 허브 잠재력이 크다"며 “암모니아 등 탄소중립 허브로 성장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