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믿고 ‘흥청망청’ 정부, 불경기에 나라 살림살이 시름 깊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2 17:32

법인세, 목표치 26.0% 낮췄는데도 기업 실적 큰 폭 악화에 세수 급감할까 ‘긴장’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년 比 45%↓…삼성전자는 법인세 한 푼 못낼 가능성
인플레 인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삼중고’로 서민 고통…정치권은 돈풀기 급급
정치권, 효자노릇 법인세 덕 보면서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 등 ‘기업 때리기’ 열중

대기업 집단 자료사진

▲대기업 집단 자료사진

정부의 나라 살림살이가 지난해 불경기에 따른 기업경영 실적 악화로 직격탄을 받고 있다.




이에 경기 호황 시절 기업의 법인세만 믿고 흥청망청해온 것으로 지적된 정부의 재정 지출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현재 본격화하는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편성의 지침 등과 관련 근본적인 수술 필요성도 제기됐다.



22일 정부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의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705개의 작년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원으로 전년보다 44.96% 급감했다.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매출액 비중이 10%를 넘는 삼성전자가 개별 기준 1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냈다.




기업의 영업이익 실적은 곧바로 이듬해 법인세 세수로 연결된다. 기업이 영업이익을 내면 일정 비율을 법인세로 내지만 손실을 기록하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법인세는 세무 조정 등을 거쳐 내지만 재무제표상 삼성전자는 영업손실로 '0원'을 신고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국세 수입을 367조3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작년 예산안 대비 33조2000억원(8.3%) 줄어들었다. 대부분 작년 기업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예상된 데 따른 것으로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법인세가 올해 77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해 작년 예산안보다 27조3000억원(26.0%)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올해 법인세 세수 전망에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법인세는 작년 세수 비중으로 보면 23.9%로 소득세(34.5%)에 이어 두번째다. 부가가치세(22.0%)보다 높다. 법인세가 그만큼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다. 법인세가 줄면 전체 세수 실적에 영향이 미치는 크다는 뜻이다. 작년 무려 5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의 국세 세수 펑크를 기록한 주요 요인도 결국 법인세 세수 감소였다. 작년 법인세는 80조4000억원 걷히는데 그치면서 전년보다 23조2000억원(22.4%) 줄었다. 전체 국세 세수 감소분의 절반이 법인세 세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작년 실적을 기초로 올해 3월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한다.


결산 마감한 상장사들의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정부가 대폭 눈높이를 낮춘 전망마저 이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기업 법인세 등을 포함한 '3월 국세 수입'을 발표한다. 정부가 벌써부터 올해 법인세 세수가 축소된 당초 목표치에도 못 미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12월 결산법인 2023년 개별실적

▲코스피 12월 결산법인 2023년 개별실적

기업경영 실적 악화는 단순히 법인세 세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의 물가·환율 변수로 경기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된다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수입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득세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세는 매년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느는 흐름이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이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올해 들어 근로소득세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2월까지 소득세는 24조1000억원 걷혀 작년보다 3000억원(1.3%) 감소했다.


부가가치세는 올해 2월까지 17조6000억원 걷혀 전년보다 3조7000억원 더 걷혔다. 소비 증가와 부가세 환급 감소 등의 영향이다.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특히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인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삼중고'로 서민들은 고통을 받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현금성 예산 살포'를 발표하거나 주장한다.


정부는 작년 국회심의를 거쳐 확정된 올해 정부 예산이 작년 물가상승률 3.6%에도 작년 본예산 대비 2.8% 증가에 그쳐 역대급 긴축예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간 10차례 총 150조원 추경을 편성, 국가 예산이 크게 늘었던 만큼 긴축예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 예산규모는 문재인 정부 시절 편성한 지난 2018년 428조8000억원에서 2022년 607조7000억원으로 178조 9000억원(41.7%) 늘었다. 윤석열 정부 때 편성한 지난 2023년 638조7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209조9000억원(48.9%) 증액됐다.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연 평균 8.2%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 2020년 4차례 추경을 하는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비상 경제 상황에서 대규모 정부 예산 확대에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정부가 엔데믹 선언 이후엔 팽창 예산 규모를 줄여 코로나 이전 편성한 지난 2019년 이전 예산 수준으로 삭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계속 늘리면서 증가 폭을 낮췄다고 긴축예산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국민 눈속임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당정이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각 투입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 규모를 더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열린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선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무제한·무기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뜀박질하며 서민경제를 덮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고육지책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공급이 한정된 농축산물의 가격을 내리기 위해 재정을 무제한·무기한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앞서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예비비 1285억원을 비상 진료 지원에 쓰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또한 뚜렸한 대책도 없이 언제까지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관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해 현금 지원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는 조만간 있을 예정인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줄어든 세수에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결국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적자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참패로 차기 국회에서 야당들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자(대기업) 감세' 관련 법안들의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노란봉투법 입법, 중대재해처벌법 유지 등을 위한 거대 야당의 공세로 세수의 효자노릇하는 '기업 때리기'도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켜 나라 살림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평론가협회장인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경기가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세금이 안 거친다"면서 “야당이 기업을 옥죄는 활동을 하면 경기는 더 죽어 버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세돈 명예교수는 “경기가 살아야 세수도 거치고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를 살리는 게 제일 먼저 우선 정책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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