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무탄소에너지(CFE)역할 강화가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정책 변화에 주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무탄소에너지 시대에 도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원전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RE100(기업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자는 캠페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심각하고 송전망도 구축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작정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원자력과 수소, CCS(탄소포집)등 다양한 무탄소전원을 활용한 24/7 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기를 매시간 기준으로 무탄소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최초로 주장하기 시작한 곳은 구글이었다.
2018년 구글은 스스로 RE100 이행을 평가하면서,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한 행위로는 실질적으로 전기 소비의 무탄소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이유는 재생에너 지는 간헐성이 있어 매시간 전기소비 패턴에 맞추어 출력을 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기가 소비와 시간적인 일치를 이루기 위 해서는 막대한 저장설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글은 원자력, 화력 +CCS, 청정수소 등 무탄소 기술의 범위를 더 넓게 포괄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무탄소 전력을 소비하는 실질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법·제도 구축이다. 특히 가능하다면 21대에서, 늦어도 22대 국회에서 시급히통과돼야 할 법안이 '고준위 방사성페기물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다.
고준위특별법은 약 7년 뒤에 포화될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과 분리 처분 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으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설치와 함께 관리시설, 부지선정과 지원, 절차에 관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건식저장시설 건립 이후 후행 핵주기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동 법·제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21대 국회 회기는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직접나서 여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와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법안통과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물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법안 통과 의지도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법안 통과는 원전 확대, 축소와 전혀 무관하다. 이미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담을 미래세대에 넘기지 않기 위함이다. 부디 여·야가 남은 회기에서 탄소중립과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을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