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이어 탈플라스틱까지…韓 목 죄는 글로벌 환경 규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9 13:44

유럽의회, 플라스틱 포장금지 등 포장재 감축 규제 승인

올해 11월, 내년 6월 한국에서 탈플라스틱 행사 연속 개최

시민단체 “한국, 세계 4위 합성수지 생산국 막중한 책임”

“생분해도 매립 필요, 다회용기 시스템으로 가는 게 옳아”

유럽연합 의회가 2030년부터 카페 등에서 판매되는 품목에 대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승인했다.

▲유럽연합 의회가 2030년부터 카페 설탕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승인했다. 사진=유럽연합 의회

유럽의회가 탈플라스틱을 겨냥한 포장재 줄이기 규제안을 통과시키면서 탈플라스틱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탈플라스틱 규제는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올해 11월과 내년 6월에 잇따라 한국에서 탈플라스틱에 관한 국제행사가 열리면서 한국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탈탄소에 이어 탈플라스틱 규제까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환경단체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24일 포장재 줄이기 규제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찬성 476표, 반대 129표, 기권 24표로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들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모든 포장재 폐기물의 양은 2030년까지 5%, 2035년까지 10%, 2040년까지 15% 줄여야 하며, 전자상거래 택배 등 운송화물의 경우 빈 공간을 최대 50%까지만 허용해야 한다.



2030년 1월 1일부터는 특정 품목에 대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포장이 금지된다. 대상은 △신선과일 및 야채 포장 △카페에서 사용되는 설탕 등 식품과 음료 포장 △세면도구 및 초경량 플라스틱 캐리어 등이다.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과불화 알킬물질(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은 사용이 금지된다.




규제안은 일회용기 사용을 강하게 제한하는 대신 다회용기 및 리필 사용을 권장 및 유도하고 있다. 우유나 와인 등 주류 등은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식품 등 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자신의 용기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유엔 차원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탈플라스틱 협약 마련도 논의 중이다.




현재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정부간협상위원회(INC) 4차 회의가 진행 중이다. 이 회의의 목적은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협약을 마련하는 것이다. 회의는 5차까지 계획돼 있는데 5차 회의가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된다.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4차 회의 개막식에서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완전 종식시킬 수 있는 수단(Instrument)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6월 5일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환경의날 행사도 개최된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내년 행사에 대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2025년 세계 환경의 날을 개최할 것"이라며 “2025년 세계 환경의 날은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는 만큼 지구 환경 보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탈플라스틱 국제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개최되고, 특히 우리나라는 유엔이 분류하는 명실상부 선진국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탈플라스틱을 선도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매우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회용품 규제 강화 흐름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작년 11월 7일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카페 등에 적용 예정이던 플라스틱빨대와 종이컵 사용 규제를 기한없이 연기했다.


국내·외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는 성명을 통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에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4위 합성수지 생산국으로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정부가 탈플라스틱에 대한 글로벌 흐름을 모르진 않을 건데 국내 현실적 핑계로 규제를 완화했다. 관련 법이 있어도 정부가 시행령, 시행규칙을 이용해 플라스틱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며 “생분해 플라스틱은 쉽게 쓰고 버리는 행동을 유지시키고 매립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양하고, 다회용기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수출액은 456억8000만달러, 석유제품 수출액은 521억6000만달러로 핵심 수출품목 중 하나이다. 탄소중립, 탄소국경조정제도(CBMA), RE100에 이어 탈플라스틱 규제까지 현실화되면서 관련 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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