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에너지업계 “국회, ‘전력망확충특별법’ 논의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7 13:56

이미 완공한 발전소들도 계통접속 안되서 고생하는 사업자 속출

계통혁신 필요하지만 한전이 추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

업계 “여당이나 야당, 지난 정부나 이번 정부나 계통 무시해서는 원전도 LNG도 풍력도 안돼”

“고속도로 상수도, 철도에는 재정을 넣으면서 전력망에는 왜 1원도 안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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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단장면에 위치한 송전탑.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 종료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에너지업계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과 해상풍력 특별법 외에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시급히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년전부터 이미 완공된 석탄화력, 태양광, 풍력발전기들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계통 접속 불발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국내 전력망을 총괄하는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는 계통혁신의 시급성을 해결하기 위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설득해 '국가전력망확충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과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믹스 이행을 위해서도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국가적 명운이 걸린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성공도 장거리 송전망 신설을 포함한 전력망 적기 확충이 핵심이다. 하지만 전력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 악화 및 지자체 간 이해충돌로 인해 전력망 건설 지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독일,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선진 각국은 첨단산업 육성 성패를 좌우하는 '전력망 적기건설'을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하고 중요 전력망 신속 확충을 위해 과감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국내 정치권에서는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놓고 다툴 뿐 정작 이들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실어나를 송전망 부족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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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2년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8만1806MW에서 13만8018MW로 6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송전선로는 3만676km에서 3만4944km로 14% 확충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계통 확충 없이는 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은 물론 안정적인 전력시장 운영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여야는 물론 현 정부나 지난 정부나 과거 밀양송전탑 사태 등 여론악화를 의식해 국가적 과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대규모 전력설비 계획이 많아지면서 당연히 송전망도 확충돼야 하지만 정작 국회와 주무부처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전이 열심히 해서 특별법까지 발의 됐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정 투입을 위해 기재부나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없다"며 “여당조차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자구 노력에 송전망 투자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억지로 집어 넣었다. 일단 공사를 하고 나중에 요금으로 회수하게 하는 방안도 있는데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메라고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송전망 확충이 계속 지연될 경우 신규 원전은 문제가 없지만 그 외에 석탄 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사업자들은 출력제어에 빈번히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는 원전확대를 주장하며 신한울 3, 4호기 신설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으로 13.3기가와트(GW)의 발전설비를 추가했다. 원전은 우선적으로 가동되는 발전원이기 때문에 늘어나도 가동에 문제가 없지만 다른 발전원들은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으면 그만큼 발전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원전에 인접한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들은 4월부터 30%에 미치지 못하는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호남 지역의 태양광발전소들도 툭하면 송전제약에 시달리고 있다.


해상풍력사업자들도 수년간 사업 준비를 해왔지만 최근들어 '계통접속 불가'를 이유로 줄줄이 사업 인허가가 불발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의 경우 사업추진 초기에는 가능했지만 이제 와서 개통 접수 불가 판정이 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 사업자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이후 10년안에 완공을 못하면 허가가 취소된다"며 “한전이 2034년 이후에 계통연계가능'이라고 하거나 '사업자가 원하는 시점에 계통연계불가'라고 하면 수년간의 사업준비가 다 물거품이 된다. 허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사업자들이 전력망 건설을 하지도 못하게 하고, 한전에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며 “정작 정부는 알박기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허가만 받아놓고 안하는 사업자를 몰아내겠다는 건데 이미 완공한 발전소들도 계통접속 안되서 고생하는 사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결국 대규모 소송이 일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정부는 고속도로나 상수도, 철도에는 재정을 투입하면서 전력망에는 1원도 못 쓰겠다고 한다"며 “한전의 정부 지분이 다른 유틸리티 기업들보다 적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럼 한전을 완전히 국영화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고 전력망을 한전에 맡겨뒀지만 정작 이를 추진하지는 못하게 하고 있다. 송전망 확충을 위해 보상을 많이하면 감사받고 징계받게 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늘리라고 하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별법을 발의한 김성원 의원도 “어떤 발전소를 어디에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적기에 전력망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전력망 적기 구축은 첨단산업 신규투자 성공의 핵심 관건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별법안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 설치 △행정 절차 간소화 및 인허가 절차 대폭 개선 △합리적인 토지보상제도 및 차별화된 지원체계 마련 △건설 기간 단축 위한 민간 참여 및 설비건설 촉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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