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조3808억원 어떻게 마련하나…SK그룹 지배구조 영향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2 09:56

SK실트론 지분매각 가능성↑···주식담보대출도 필요

경영 불확실성 확대 악재···“우선 재판에 집중할 듯”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선고 결과가 나오면서 재계에서는 1조3808억원이라는 거액을 최 회장이 어떻게 마련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 대출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지만 일단은 재판에 집중하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재계에 따르면 2심 판결의 핵심은 1심에서 내린 판단 대부분이 뒤집혔다는 점이다.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보고 1조3808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점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되고 그룹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고 본 게 포인트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재판부 판단 주요 내용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재판부 판단 주요 내용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재판부 판단 주요 내용

최 회장 재산의 대부분은 SK㈜ 지분이다. SK㈜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SK㈜의 시가총액은 12조8975억원이다. 최 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2867억원이다. 다만 이는 항소심 판결 이후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SK㈜ 주가는 항소심 판결 당일 9.26% 뛰었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11.45% 올랐다.


재계는 2심 판결이 유지되더라도 최 회장이 SK㈜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부동산을 주로 매각하고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들고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분 매도 금액이 모두 최 회장의 손에 돌아가지 않는 구조인 데다, 급매로 내놓으면 제값을 받기 어렵고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점 등은 부담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해당 지분을 처분할 경우 당장 만들 수 있는 현금이 5000억원도 안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 주요 주식 재산

최태원 회장 주요 주식 재산

▲최태원 회장 주요 주식 재산

이에 따라 주식담보 대출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4월12일 기준 SK㈜ 주식을 담보로 총 4895억원을 대출받아놨다. 추가로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주식 외 현금성 자산으로 2000억~3000억원 가량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부정적 시장 환경에 따른 투자-회수 사이클이 상당부분 훼손돼 그룹 재무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이혼 소송과 별도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앞서 1심 선고 이후 장외 공방을 치열하게 벌여온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볼 때 최 회장이 일단 재판에 집중하며 2심 판결을 다시 뒤집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


노 관장은 작년 3월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노 관장 측은 “유부녀인 김 이사장이 상담 등을 빌미로 최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혼외자까지 출산했다"고 비난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노 관장과의 혼인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 나 있었다"며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작년 11월에는 노 관장의 대리인이 취재진에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1000억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그를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노 관장을 대리하는 김기정 변호사는 이번 항소심 판결 이후 취재진들에게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한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공식화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하며 성실히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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