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노 ‘묻지마 파업’···연예인 호화집회에 ‘생산 차질이 목표’ 해사 행위
현대차 노사 ‘6년 연속 무분규’ 임협 타결···車·조선 등 ‘가시밭길’
재계 주요 기업들이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울고 웃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조가 상식 밖 행동을 일삼으며 '노조 리스크'에 노출됐고, 현대자동차는 6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마무리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철강·조선업계 등은 올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운이 감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열린 제12차 임금협상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정년 연장과 임금 인상 규모 등 핵심 사안에서 노사간 빠르게 이견을 좁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500%+1800만원, 주식 25주 지급 등이 잠정합의안의 골자다. 이와 함께 기술직 총 800명 추가 채용, 특별사회공헌기금 15억원 조성, 숙련 재고용 제도(촉탁계약직) 기존 1년에서 총 2년으로 확장 등에도 합의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조금씩 양보한 덕분에 6년 연속 무분규라는 기록에 가까워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가 정년 연장 개선 방안을 내년 계속 논의하는 데 동의했고, 사측은 기술직 촉탁계약 기간을 1년 추가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잠정합의안이 오는 12일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되면 올해 현대차 노사 임협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사회문제 해소와 지역사회 상생 방안을 담은 6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끊임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나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삼성전자 상황은 정반대다.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전날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전삼노가 '상식 밖'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행부가 노사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는 데는 관심 없고 민노총 등 상급단체 가입이나 정치세력화에만 골몰한 탓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삼노는 전날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각 사업장 조합원 3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노조는 오는 10일까지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이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전삼노가 '상식적인'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삼노는 사측에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수준의 요구안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전삼노는 이밖에 민노총 가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연예인들을 불러 '호화 집회'를 열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파업의 목표 또한 '생산 차질'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조선·철강업계 역시 고민이 깊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0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HD현대, 한화오션 등 개별 기업들에서는 각종 소송전과 여론전이 펼쳐져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과 관련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파업은 법 개정과 정권 퇴진 등 정치적 요구를 목적으로 내세운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불법 파업을 강행한 금속노조가 반복적으로 불법 파업을 벌이며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금속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