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등 제공···경기 감각 향상 도모
일반 대중 대상으로도 ‘양궁 알리기’···특별 체험 행사 개최
제33회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양궁 사랑'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 그동안 '금빛질주'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등 제공···심박수 측정 장비 등도 지원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정의선 회장까지 40여년간 양궁에 대한 후원을 이어왔다. 정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하고 정 회장은 2005년 자리를 이어받은 이래 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현대차그룹이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선수들이 상대 선수 없이 1:1대결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슈팅로봇이다. 원하는 시간에 바람의 영향 외에 오차요소가 거의 없는 로봇과 대결을 펼치며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슈팅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및 온·습도 센서를 이용해 바람 등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후 조준점을 정밀하게 보정하며 명중률을 향상시킨다. 이를 통해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확보했다. 조준점 보정 과정에서 측정된 데이터는 선수들이 바람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참고 요소로 활용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또 양궁 대표팀에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를 선물했다. 개인 슈팅 훈련시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하고 자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이 카메라는 머리 위와 정면의 두 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피드백 영상을 모니터에 분할 출력한다.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각도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완벽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선수의 동작과 피드백 영상 간 시간차를 0초부터 9초 전까지 설정 가능하다. 딜레이 시간을 5초 전으로 설정해 슈팅 훈련을 한다고 가정하면, 선수가 화살을 발사한 후 화면을 통해 5초 전 시점부터 화살을 발사한 후까지 자신의 자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고정밀 슈팅머신 역시 현대차그룹 작품이다. 양궁에서 화살은 활과 함께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선수들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해 제작한 기기가 '슈팅머신'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리우대회를 위해 제작한 장비 대비 정밀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30m 거리에서 화살을 쏘아 신규 화살 중 불량 화살을 솎아내고, 선수들이 균일한 품질의 최상급 화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별하는 작업을 자동화한 장치다. 국제경기 시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이 사용할 화살 선별작업에 지속 사용되고 있다.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 기록 장치'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전자 과녁은 무선 통신을 통해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해준다. 덕분에 선수나 코칭 스태프가 직접 과녁에 가거나 망원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점수만 표시되는 것이 아닌 화살 탄착 위치까지 모니터에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길도 열었다. 심박수는 선수들의 긴장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현대차그룹이 지원한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는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한다. 경기나 훈련 중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다.
손에 최적화된 그립을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맞춤형 그립'도 선수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3D 스캐너 및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했다.
◇ '양궁 대중화' 도모···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서 3주간 체험 행사
현대차그룹은 내친김에 이번 올림픽 기간 고객 체험행사도 연다는 구상이다. '양궁 대중화'를 위해서다. 다음달 18일까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The path of an archer_모빌리티 기술과 양궁의 만남' 행사를 개최한다.
참여자들은 직접 양궁선수가 될 수 있다. 실제 경기장을 곡면의 스크린으로 재현한 공간에서 양궁 활쏘기뿐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 훈련에 활용되는 다양한 첨단 훈련장비들을 체험할 수 있다.
한 명의 선수가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여정을 간접적으로 겪으며 양궁이라는 스포츠의 매력뿐만 아니라, 양궁 국가대표들의 체계적인 훈련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는 '양궁 체험존'과 '양궁기술 전시존'이 마련됐다. 체험존에서는 '처음 활을 잡던 순간', '완벽을 위한 정진', '최고의 무대에서'라는 시나리오 아래 참가자들이 처음 양궁에 입문해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땀흘리며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다.
전시존에는 이번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과 실제 경기를 펼쳐 화제가 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전 국가대표 강채영 선수, 오진혁 선수의 '선수 맞춤형 3D 그립' 등이 준비됐다.
현대차그룹은 일반 고객들이 재미있고 안전하게 양궁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활보다 가벼운 입문자용 활을 제공한다. 양궁선수들이 사용하는 가슴보호대, 팔보호대 등 안전장구도 착용하도록 마련했다. 양궁 체험이 끝난 후에는 양궁 슈팅 모습이 담긴 '네컷 사진'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민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후원이라는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 실제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훈련장비를 개발해 2016년 국제대회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한국 양궁은 1963년 국제양궁연맹 가입을 기점으로 태동했다. 1983년 대한양궁협회가 설립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작년 말 열린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중장기적으로 우리 양궁은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양궁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