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잘 달린 韓 기업, 하반기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28 10:08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 9.4조 투자 결정···AI 거점 육성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개발 초점···LG전자 ‘구독’ 새 먹거리로

자료사진.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자료사진.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2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적극적으로 몰입하며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생각이다. 상반기까지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앞으로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미국 대선 등 각종 변수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9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확정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거점이 될 용인 클러스터의 1기 팹(fab·반도체 생산공장)과 클러스터 초기 운영에 필요한 부대시설 건설을 위해서다. 내년 3월 용인 클러스터에 첫 팹을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1기 팹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팹 완공 시점의 시장 수요에 맞춰 다른 제품 생산에도 팹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AI 열풍'에 힘입어 2분기 연결 기준 5조46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인 16조423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124.8% 증가한 수치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개발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기존 판매하던 차량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쏘렌토 등 주력 모델들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는 일반 모델보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 연이어 최대 실적 기록을 쓰면서 두 기업의 합산 실적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매출은 72조5885억원, 영업이익은 7조9228억원이다. 합산 영업이익률도 10% 선을 넘어섰다.


LG전자는 AI와 구독 등 새로운 분야에 집중한다. 특히 핵심 포트폴리오로 육성 중인 가전 구독 사업의 경우 한국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LG전자 측은 국내 가전 매출에서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비중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케팅을 지속 강화하고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업체 측 목표다.




LG전자의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9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1.2% 증가했다. 매출은 21조694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이는 역대 2분기 중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이다.


HD현대는 수익성 위주의 영업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조선업 시황 호조에 힘입어 2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86.2% 증가한 8799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진한 실적을 낸 기업들도 '군살빼기' 등을 결정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포스코홀딩스는 전기차 캐즘 구간을 기회로 활용해 이차전지소재사업을 그룹의 제2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7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3% 감소했다.


LG화학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감안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당초 4조원 규모로 계획했던 올해 투자를 전년도와 유사한 3조원대로 바꾸겠다고 최근 밝혔다. 또 이차전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 확장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매출 목표도 줄였다.


LG화학의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40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4.3% 빠졌다. 같은 기간 LG엔솔 영업이익도 57.6% 급감한 1935억원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S-OIL)은 유럽과 미국 동부 해안 및 중서부 지역 정유사들이 혹서기 가동 차질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폭염보다 강추위 대응에 용이하도록 설계된 설비가 많기 때문이다. 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 등 정유 제품 수요에 우호적인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울산공장에 추진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설비 공사 '샤힌 프로젝트'의 진행률은 부지정지 공사 94.9%, 설계·조달·시공(EPC) 30.9% 수준이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160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1.12% 증가했다. 정유부문 적자를 석유화학부문 이익 개선과 윤활부문 성과가 상쇄한 결과다. 다만 이는 4541억원 영업이익을 낸 전 분기와 비교하면 64.6%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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