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북한 평양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연합)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확성기 방송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의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세계에서 최소 4조 달러(약 55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하면 첫해에만 4조 달러의 경제적 타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9%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피해(-1.5%)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세계 GDP의 3.9% 감소는 최근 발생했던 경제 위기 중에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5.9%) 다음으로 가장 크다. 이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991년 걸프전쟁(-1.0%), 2001년 9·11 테러(-0.6%)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남북전쟁이 발생하면 인적, 경제적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한의 전면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지난달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 체결되자 세계가 또다른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다. 해당 협정은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에 가까운 수준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이같은 전면전 시나리오는 북한이 서울에 의치한 핵심 군사·정치·경제 거점에 포격을 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제조업과 반도체 생산시설이 파괴되고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무역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반도체 생산기지의 81%, 전체 제조업 생산기지의 34%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한국의 산업 생산과 수출이 큰 타격을 입어 GDP가 37.5% 축소될 것으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또 한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일본, 대만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고 중국의 경우 GDP의 5% 가량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반도체 공급부족과 글로벌 증시 폭락 등의 여파로 GDP의 2.3%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이처럼 북한과의 전면전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 배경엔 한국이 핵심 반도체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 공장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의 4%, 모든 메모리칩의 40%를 생산한다. 세계 시가총액 22위인 삼성전자는 세계 D램과 낸드 메모리 생산의 각각 41%, 33%를 차지한다.
여기에 과거 6·25전쟁처럼 미국과 중국이 이번 전쟁에 개입할 경우, 두 경제대국 간 무역갈등이 더욱 고조돼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파장이 번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남북한의 전면전 외에 김정은 정권 붕괴도 한반도 위기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 확보가 미국, 한국과 중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생산 차질과 투자 등의 심리 위축으로 GDP의 2.5%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국의 생산 감소는 다른 국가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미국, 세계 GDP는 각각 -0.5%, -0.4%, -0.5%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세계 경제는 전자부품 공급망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지만 플랜B는 없다"고 지적했다.